무너져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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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감정 컨트롤이 안되서. 혼자 있을 땐 괜찮다가 사람들을 만나면 뭔가 굉장히 어색해지는, 뭐 그런 느낌. 내가 어색한 관계로 있었던 수많은 집단들 속에서 느끼던 감정이, 이제 친하게 지내던 관계에까지 퍼져나오는, 그런 느낌. 계속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지만, 역시 쌓아두면 안됐다. 쌓아둔 것의 여파는 생각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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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구나. 그건 요즘 느끼는 사실 중 하나. 사람을 대하는게 묘하게 미숙하고, 적절하게 감정을 드러내고 숨기는 데 익숙하지 못하고. 사람을 자주 못접해본 것도 아닌데, 언제부턴가 그렇다는걸 나 스스로가 느끼고 있었다. 그 결과가 이건가 싶다.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그만큼 나를 좋아하고 아껴주지 않는구나. 지금의 우울은 아마 이런 생각에서 시작된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의 우울은, 이런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면 제대로 극복해내기 어렵겠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지내니까, 모든게 턱턱 막혔다. 무언가 답답한 느낌. 뭔가 사람들을 피하고 싶었던 느낌. 시끌벅적하고, 평상시였으면 나도 좋아라하며 달려들었을 술자리를 그렇게 피한 이유 중 하나도 그거였던 것 같다.


굳이, 내가 없더라도. 얼마나 한심한 생각인지, 얼마나 가치없는 자기비하인 줄 알면서도, 그런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아니, 떨쳐버릴 수가 없다. 다행이라면 다행일지, 불행이라면 불행일지, 그렇게 힘들어하는 사이에, 학교 행사는 얼추 다 끝이 났다. 이제 기말고사만 남았을 뿐. 이제 다들 시험기간이라고 바쁠테고, 나도 바빠지겠지. 시험기간 동안은 그냥 공부만, 필사적으로 공부만 할 수 있었으면. 아니, 공부하고 책읽고. 그런 개인적인 시간을 조금 더 챙겨야겠다.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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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6월. 3개월의 대학생활. 나는 대학생활 하는동안 무엇을 얼마나 했을까. 얼마전,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무너져 내렸을 때, 그때부터 집요하게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 나는 3개월 동안,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다는 사실. 뭔가 해보려고 많이 했었는데. 여러 사람들과 친해지기도 싶었는데. 올해 1월, 합격자 통보를 받고 나서 생각하던 그런 대학생활은 아니었다. 그렇게 즐겁지 않았고 그렇게 재밌지 않았던 것 같다. 조금은 초조했을지도. 섹션활동을 사실상 포기하고, 그들이 그들끼리 재밌게 지내고. 아직 완전히 동화되지 못했던 새로운 수많은 집단들 속에서, 나를 빼고 모두가 즐겁게 보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나도 즐거워야한다는 압박 속에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즐겁지 못했던 3개월이었을지도.


지금에 와서야 이제는 아무것도 확실치가 않아져버렸다. 나는 즐거웠었는지, 나는 재밌었는지. 재밌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름 대학생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너무 힘들다고 생각하면서, 내 대학생활을 되짚어보니, 뭐 꼭 그렇지도 않다. 그냥 재밌다고 생각하면서 다 덮어버리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재밌었는데도 너무나 지쳐버렸거나. 꼭 한 1달 정도, 학교고 나발이고 다 쉬고, 내 모든 일상을 포기하고, 나만의 생활,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책을 읽고싶은 만큼 읽고, 내 감정을 느낄 수 있는만큼 만끽하고.


이번 학기 빨리 끝나버려라,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도 그 생각 때문인 것 같다. 방학. 난 2학기 등록을 안할테니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건 6월 말부터 7, 8, 9월까지 3달. 지금까지 보내온 시간 만큼의 시간이다. 이 때, 무언가 터닝포인트를 제대로, 확실하게 만들어야할 거 같다. 그렇지않으면 진짜로 무너져내려버릴지도.


고민이 너무 많은 5월말, 그리고 고민이 너무 많을 6월이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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