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의 교육은 어떤 학생을 길러내는가

김해 대회에 다녀오고, 대회 쪽으로는 소감문을 전달했지만 아직 블로그에는 올리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상문은 시간이 없어서 급하게 썼고, 블로그에 올릴 때는 조금 더 다듬으려고 하는데 어째 고3에게는 글 한 편 다듬을 시간이 없습니다... 허허. 그렇지만 역시 거듭 말하지만, 그 프로그램 자체보다도 인문학 저자들과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고, 주옥같은 말씀도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강명관 선생님(《시비를 던지다》의 저자, 부산대 교수 재직)과 이한 선생님(《너의 의무를 묻는다》저자, 시민 교육 센터)의 말씀이 인상에 깊게 남았는데요.

강명관 선생님은 학교 교육이 여러분의 동심을 저해하고 있지는 않은지, 여러분을 경직시키고 있지 않은지 항상 경계하는 태도를 기르라는 요지의 말씀을 해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꽤 의미있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직접 하는 말으로는 말이죠. 그렇지만, 역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같이 오신 저자 분이셨던 강신주 선생님께서의 말씀도 곁들여보자면, 학교에서의 공부는 라이센스일 뿐, 무언가를 성취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말씀의 본 의도는 자만하지 말고 꾸준히 공부하라라는, 이한 선생님의 말씀(모두 따로 한 번쯤 다뤄보고자 합니다. ^^)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니었는가 싶습니다.

현행 교육체제는 우리를 어떤 학생으로 만들고 있을까요? 사진은 대회에 참가하셨던 저자 이한 선생님 싸인.



그렇게 되면.. 아무리 학교 교육이라는 현실에 부딪혀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일지라도 학교에서의 교육이 어떤 학생을 길러내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나라 역시 일본처럼 자신감을 키워주는 교육이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포스트(일본과 닮아가는 한국 교육? - "자신감 있는 교육이란?")에서도 언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교육이 학생의 인성이나 자존감, 자신감과 같은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본적으로 학교에서의 교육은 줄세우기를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본인들조차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결국은 줄을 세워주지 않으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건 학생들이기 때문에, 또는 그 외의 여러가지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학생들에게 줄세우기를 강요하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이러한 줄세우기 구조에서는 반드시 꼴지가 나타납니다. 1등에게는 자존감보다는 당연함을 심어주고, 꼴등에게는 다른 의미에서 당연함을 심어주는 모습은, 요즈음의 학교에서 자주 관찰되는 무기력한 학생들의 모습과 무관한 일은 아닐 겁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수능 50일을 남겨놓고, 이렇게 대거 전문대에 수시 원서를 넣고, 이제 우리는 전문대에 진학한거나 마찬가지니 건드리지마십시오하는 그 태도는 결코 바른 학생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는 학교 역시, 바른 학교의 모습은 아닙니다.

부정적인 측면에 주목하여 결론을 내리자면, 우리 학교 교육은 무기력하고, 줄세우기에 익숙하며, 그 줄세우기에서 살아남았든 살아남지 못했든 정서적으로 나사가 하나씩 풀린 상태의 학생을 키워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물론 위의 저자 분들께서 하셨던 이야기는, 이러한 정서적 측면이라기보다도 교육의 방법론적 측면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학교의 교육이 동심을 저해한다는 것은, 학교가 탄력성없고, 창의성이 없으며, 문제풀기에 최적화된 학생을 키워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터입니다. 그러한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수시제도, 구체적으로는 입학사정관제도까지 시행하고 있습니다만, 결국 입시 중심의 고등학교 체제 하에서 그 목표를 달성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학교는 동심을 저해하든 말든, 창의성이 말살되든 말든 학생들의 점수 1점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어떤 교육체제의 대안이 마련되던지간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답이 될 수 없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주장했던 것이 토론 위주의 수업 구성이고, 구체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여러가지 방법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만, 이미 기형적으로 자리잡은 교육 제도를 허물고 고치기 위해서는 또 한번의 대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라서 염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강명관 선생님의 뜻도 그랬겠습니다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이 정신차리고 자신의 학습 상태를 점검해야합니다. 내 앞에는 수능만 있는게 아닙니다. 모두의 앞에는, 아직 저도 겪어 본 바 없는, 인생이 있고, 미래가 있습니다. 다만, 현재의 고등학교 체제 하에서, 현실적으로 우리의 인생을, 미래를 이끌어나가는데 수능을 대비하여 공부하는 것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수능 그 자체가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기억하면, 그것만으로도 고등학생에게 있어서는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생에게 독서를 권장하고, 토론을 권장하기에는, 이 나라가 그 여건을 허용하지 않으니까요. 김해 대회와 같이, 학생 스스로 이러한 내용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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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

      • 우리나라의 모든 교육은 오로지 대학입시에만 조준되어져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대학만 들어가면 된다는 대학주의인식을 좀 고쳤으면 합니다.
        7,80년대와는 달라서 대학도 많이 늘어난 탓에 대졸자가 워낙 많으니...

      • 대학 하나만을 바라보고 시행하는 교육땜에 동심이고 뭐고...

        갠적으론 고등학교 자퇴하고 싶었지만 주위 시선땜에 그럴수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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