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려령 - <완득이>, 평범하진 못한, 그러나 너와 나의 이야기


시험이 끝났다. 스륵 스륵 넘어가는 책을 원했다. 친구가 읽고 있었던 책, <완득이>는 그런 조건에 딱 맞는, 더할나위없이좋은 책이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큰 울림은 없지만, 그만큼 가볍게 읽기 좋은 책. 물론 부쩍 많아진 판타지나 무협 소설처럼 흘러가듯이 읽는 인스턴트적인 경향이 강한 소설은 아니다. 뭐라고 해야할지, 어휘선택은 좀 어렵지만, 아마도 울림을, 또는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책이라는 표현이 옳지 않을까. 물론 생각보다 아프게 찔러오는 주제들이 있다. 청소년 문학의 경향이라고 볼 수 있는, 성장과 결합된, 시사고발적인 경향이다. 청소년문학의 특성상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저자의 의도가 깔아져있으리라. 그런데 저자는 그곳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크게 보자면 결국 그러한 이야기도 이 사건의 흐름이다. 사회고발적인 성향을 성장으로 잘 덮어냈다,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넘치지 않는다. 성장소설에 담을 수 있는 만큼만 딱 채워넣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웃음을 자아내는 문체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특성은 이 소설을 일반화하기 어렵게 만든다. 다문화가정, 장애를 가진 아버지, 삐딱한 주인공까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청소년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완득이'라는 캐릭터가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오는 것은, 오히려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학업에만 열중하는 학생들은 학교라는 체제에 반대하기를 포기한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무엇이건 노력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돌을 던질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완득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인 이유가 많은 학생들이 가슴속에 조금씩 가지고 있을 반항심을 겉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캐릭터는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캐릭터야말로 인기있는 소설의 조건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주인공인 '나(완득이)'도, 그의 여자친구인 '정윤하'도, 담임 '똥주'도, 심지어 '또라이'라고 언급되는 '혁주'까지도. 그리고 완득이의 삐뚤어진 성격 형성의 배경이 되고 있는 가정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물론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누구보다 완득이고, 그 다음으로 똥주다. 따뜻하지만, 따뜻함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랄까. 특히 완득이는 얼핏 불량소년 또는 아웃사이더와 같은 학생으로 이해되기 쉬운데, 그보다는 세상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방관 또는 관조를 택했을 뿐인 소년인 것이다.

그러한 캐릭터 속에 서있다 보면, 이러한 학교 생활을 해나가는 주인공이 부러울 정도다. 학업, 이라는 틀에서만 빠져나온다면 우리 인생은 어찌나 재미있던지. 그건 우리 모두가 동감하는 내용이 아닐까? 공부해야해, 라는 상황만 아니라면 누구나 학창시절이 가장 좋은 때라는 데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고, 학교에서 공부라는 요소를 제외한다면 학교는 그 어디보다 재밌는 놀이터가 될 수 있다. 물론, 과연 옥죄어오는 규제가 있을 때 그것을 피해서 즐기는 그 느낌을 살려낼 수 있겠느냐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어렵지만. 물론 그러한 의미에서 완득이가 학교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완득이는 즐기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 쪽이 옳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청소년문학이라서인지는 몰라도 욕설이 난무하는 책이다. 그 흔한 *표 처리도 안했다. 그냥 그대로, 거침없이 드러낸다. 그런데 별로 기분 나쁘지 않다. 잘 녹아들어있다. 그런 표햔들이 오히려 정감이 간다. 욕설을 의도적으로 배치할 경우 생동감이니 뭐니 여러가지를 얻을 수 있어 문학에서 이용되기도 한다, 라는 정형화된 설명은 뒤따를 필요도 없다. 그냥, 욕설이 아니면 어색하다. 욕설이기 때문에 나오는 그 느낌, 그 분위기, 어쩌면 '완득이'의 또다른 매력은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완득이가 킥복싱을 시작한다거나, 그렇게 티격태격한 것도 아니고 서로에게 한쪽이 잘 해주면 한쪽이 차갑게 대하는 관계를 유지하다 이어지는 것,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는 것... 그 모두가 완득이의 성장 과정이다. 완득이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왕따가 되어버린 정윤하 역시 완득이를 따라 성장하고, 마음을 열게되는 어머니와 아버지 역시 어떠한 의미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말은 조금 허망하다. 왜 갑자기 저렇게 끝? 이라는 생각도... 정윤하와 완득이가 순탄하게 잘 이어졌다는 점은 참 흐뭇하긴 한데.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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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소설 다른 글

    댓글 7

      • 이 책을 읽은 지도 1년이 넘었네요. 과제 때문에 읽긴 했는데 생각보다 가볍게 읽혀서 좋았습니다.
        정윤이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가 좀 껄끄러웠지만(로맨스적 요소는 어디서나 필요하지만 좀 갑작스러운 전개랄까요) 재미있었지요.

      • 재미있게 읽었지요.
        표지보고 만화인줄 알고 집어들었던 저는 대략 낚었습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과제땜시 읽기는 했습니다만, 이거 읽고 토론하기를 과제로 내 주신 선생님이 센스에 ㄷㄷㄷ함을 느꼈달까요.

        여러 콩트적인 개그센스와 제법 비현실적이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인 전개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사회 풍자라든가, 그런 것은 알차게 담아 놓아서 흥미로웠습니다.

      • 한때는 학업에서 좀 벗어나고싶어서 안간힘을 썼는데..

        근데 대학교와도 학업에서 벗어나고 싶어지네요 ㅠㅠ

      • 학창시절 많이 알지 못해서 스스로에게 많이 집중할 수 있었던 시기였던 거 같아요.
        얼토당토 않은 꿈을 꾸고 그 때는 스스로가 가능성있고 참 큰 존재처럼 느껴졌는데,
        그 때 그 기분이 부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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