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법조계, 특히 검사가 되기를 원하고 있는 나는 최근 법에 대한 신념을 잃고 있었다. 검사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고 터지고, 검사라고 하는 딱딱한 폐쇄 시스템의 문제점이 사회에 드디어 부각되기 사작한 것이다. 사실 어느정도 그런 이야기는 들어왔다. 검사라고 하는 시스템의 위계질서니 뭐니. 그것은 아마 우리 사회에 자리잡고 있는 관료제의 문제점에 엘리트주의까지 뒤섞여 들어간 엘리트 관료주의의 폐단이리라.
그렇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법에 대한 신념을 잃으면서 검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 자체를 잃어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법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내가 과연 저 자리에 서서 저렇게 변질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 내가 저 자리에 서서, 내가 그토록 바랬던 그 "정의"를 내 손으로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던 것이다. 그걸 이룰 수 없다면 내가 검사가 되는 의미가 없지 않은가. 그런 생각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지금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될 수 있을까 싶은 꿈을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 나 자체도 싫었지만, 나를 그렇게 만드는 이 사회와 얼룩진 사법 제도 자체도 싫어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집어들게 된 이 책은 법 그 자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제공해주었고, 다시 법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물론 변한 점이라면 법을 공부하고 싶어졌다는 점. 아직도 검사에 대한 신념은 많이 흔들리고 있고, 무너진 것도 복원 불가능할 정도다. 지금과 같은 (비리에 노출된) 검사들은 결국 우리 사회를 이 상태로 몰아넣은 엘리트주의에 빠진 관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검사는 법적 정의를 실현하고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그렇게 생각해왔던 내 믿음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의사' 부분에서 느낀 점은 엘리트가 반드시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단방에 깨진 것이다. 작가는 단순히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의대생이 되고 돈을 벌기 위해 의사가 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의사가 되고 싶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그러나 성적은 조금 나쁜 학생이 의사가 되는 쪽이 더 낫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그렇다, 성적이 좋은 학생이 좋은 직장을 취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의사와 법조인은 "좋은 직장"으로서 남아있지 그 본질을 잃어버렸다. 그 본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성적이 좋은 학생이 아니라 그 직업에 대한 직업정신과 목표가 뚜렷하고 그 본질을 실현할 수 있는 학생이 그 직업을 얻을 수 있어야한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이 생각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책 자체는 굉장하다. 어려운 이야기를 너무 쉽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당황했을 정도다. 수업시간에 사회선생님이 간간히 해주는 이야기들을 모아둔 느낌이랄까.
2010.05.21 16:50
수업시간에 사회선생님께서 간간히 해주시는 이야기 모음집이라니.. +_+..
2010.05.23 18:13 신고
굉장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_+
2010.05.21 21:06
에- 뭐 물론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뭉친 분도 있기야 하겠지만;
요즘 우리나라에 과연 돈이 목적이 아닌 공직자 혹은 전문직종을 고르는 경우가 많이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주제는 다시한번 뒤돌아 볼만하게 만들어 주는군요.
근데 이거 도서관에 있나염?
2010.05.21 23:45 신고
저같은 경우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개인적으로는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에요. 적절합니다!
2010.05.21 22:16
언제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ㅎㅎ.. 돈이 목적이 아니라 직업을 목적으로 삼야아 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유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성적이 그 모든 직업의 1차적인 선택 권리로 변모해 버렸더라고요.. 참 슬픈 현실..
2010.05.23 18:14 신고
역시 성적중심의 직업 선택이 지금과 같은 직업정신 없는 전문직을 만들었겠죠. 여러가지로 시사하는바가 많은 책인 것 같아요.
2010.05.22 01:15
코렁탕_먹는다는_그_유명한_좌빨도서.png..(...)
대한민국의 현실은 "행복 = 성적순"이니까요... ㅇㅁㅇ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큰 아픔입니다.
2010.05.23 18:11 신고
아아... 그런 책이었던건가 이것은.
2010.05.23 01:28 신고
선생님이 해주신 이야기 모음집같다라..
왠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일 것 같네요.
2010.05.23 18:14 신고
말하는건 가볍고, 내용은 무거운, 뭐 그런 책이죠.
2010.07.15 16:57
저의 고3시절 담임선생님이 쓰신 책입니다.
정말 최고의 선생님이셨고...지금도 제 사고의 믿거름중 많은 부분이
전대원선생님의 수업내용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래간만에 선생님 한번 찾아뵈야겠습니다.
2010.07.18 22:01 신고
오오 저 분께 배우셨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