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인, 만약은 없다


  1. 글쓰기의 변화
글쓰기가 변화하고 있다. 많은 글이 종이에서 비롯되어 인터넷과 다앙한 매체로 뻗어나가고, 혹은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서 영상화되는 흐름이 뒤집어지고 있다. 옛날, 조아라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소위 '양판소'(양산형 판타지 소설의 준말)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던 것이, 최근의 일종의 '글쓰기 붐'과 맞물려 일상적인 글, 에쎄이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굳이 조아라나 문피아같은 전문적인 사이트일 필요도 없다. 페이스북에 일기처럼 써모은 글들이 어느날, 편집장의 눈에 띄고 출파넺의를 받아 한 편의 책으로 세상에 나온다. 블로그로부터 시작한 많은 책들이 한동안(그리고 사실 지금까지도) 쏟아져나왔듯이,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페이스북으로 움직였다.

이러한 책의 등장은 반가우면서도 아쉽다. 페이스북의 글쓰기는 블로그의 글쓰기와 다르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책을 염두에 놓은 글과는 더더욱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책들이 페이스북의 글쓰기를 지면에 옮겨놓는 것에 만족하는 순간, 그 글은 남의 옷을 입은 번지르르한 글로 전락하고 만다.

모든 것의 소비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그 과정에서 텍스트 역시 빠르게 읽혀야하는 대상이 되었다. 트위터로부터 시작되어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소위 SNS 상에서의 글쓰기는 짧고 뼈있는 말, 을 무엇보다 중시하게 되었다. 애초에 '글쓰기'를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진 시스템이라 사실 글을 쓰고 관리하기에 결코 적합한 툴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가들이 페이스북이라는 채널을 통해 자신의 책을 세상에 내놓고 있다. 아마도 그만큼이나 매력적으로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글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소리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페이스북의 글을 그대로 옮겨놓는 것만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페이스북을 통해 유명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만났던 남궁인이라는 사람이 낸 책, 에쎄이집이라 해야할지 , 적당히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더할건 더하고 뺄건 뺐다는 그의 책이다. 그의 책은 물론, 대단히 '페이스북적 글쓰기'라고 부를만한 것은 아니다. 그의 글은 조잉라는 포맷해 걸맞는 글을 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부에 이르러, 삶이라는 주제로 넘어가면서 글의 주제는 산만해지고 아쉬움이 남았다. 내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1부가 좋았다. 1부는 그의 일기장이었다면 2부는 그의 담벼락을 훔쳐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1. 글쓰는 자의 운명

P.6 : 나는 분명히 죽으려 한 적이 있다. 죽음을 막연하게 여겼던 의대생 시절, 죽고자 하는 생각은 갖가지로 변형되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당시 나는 밤마다 강박적으로 글을 지어댔다. 그 글들은 벌판에서 던진 부메랑처럼 멀찍이 날아갔다가 죽고자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홀연히 귀결되었다. 그 글은 읽거나 이해하기 힘든 종류의 것이어서 펼쳐보면 몇 가지 자해의 방법과 자살하려는 구체적인 계획, 죽음에 닿아야만 하는 부끄러운 이유만이 발견되었다. 그것들을 모아둔 까닭에 나는 '죽고자 했다'는 몇 백 편의 기록을 보유한 사람이 되었다.
내 마음을 울리는 문구가 있었다. "밤마다 강박적으로 글을 지어댔다." 나는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라서일까, 강박적인 글짓기는 모르겠다. 사실 글쓰기는 배출이자 일종의 노동이기 때문에, 강박적인 글쓰기라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리고 아마도 글은 그에게 있어 하나의 구원이 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자신이 죽음을 생각했다는 것, 죽고자 했다는 것을 글으로 구체화시킴으로써 일종의 대리실현 혹은 대리만족을 느꼈던 것일 게다. 그렇다면 그것은 일종의 구원이었을까. 글은 사람을 구원해주기에 충분한 것일까.

요즘,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사실 내 블로그가, 어느 순간부터 맛있는 걸 이렇게나 열심히 먹으러 다닙니다, 하는 곳이 되었지만, 사실 내 블로그는 처음부터 그럴 의도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내 브롤그는 내 글들을 조금이라도 더 잘 모아놓을 곳으로 찾은 것이었다. 지금은 에버노트도 쓰고 구글 드라이브에 한글 파일로 적당히 정리해서 올려놓는 것도 있었지만, 그 때는 아무런 것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블로그는 내 글을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었고 그걸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때도 있었지만 사실 그것보다도 근본적으로는 내 글들을 잘 모아놓는 일종의 아카이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글을 자주 쓰지 못했다. 글을 쓰기란 쉽지 않았다. 일상이 바쁘다며 잘 읽지도 않았다. 텍스트를 꿈꿨지만 점차 텍스트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적어도 나에게 텍스트는 구원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하중이었다.

그런 나에게는, 또 다른 의미에서 텍스트는 일종의 강박이었다. 나 스스로를 '읽는 사람, 그리고 동시에 쓰는 사람'이라고 규정지었고, 페이스북에 정말 가끔, 한 두편의 글을 남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점차 글쓰기로부터 멀어졌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타박했다. 너는 글을 써야한다, 글을 읽어야한다, 글과 멀어져서는 안된다. 유시민 씨가 썼던 한 책에서 봤던, "글로 돌아가다"라는 말을 항상 되뇌이면서도 돌아가지 못했다. 나중에 할 이야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글로 돌아가게 해준 것은, 평상시에 그렇게 끔찍히도 싫어하던, 자기계발서였다. 새삼, 다시 한 번 글로 돌아가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다시 글을 읽고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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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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