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서강대] 라쿤: 한 우물에서 두 우물로 ★★★★☆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해먹던 시절에 라쿤의 나가사키 짬뽕을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다시 찾은 라쿤은 더 다채로운 메뉴를 확보하고 우리를 맞았다. 블로그에 자신있게 "한 우물의 맛"이라 평했던 나에게는 조금 민망하기도 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이곳을 찾아 다시 밥을 먹고 있노라니 기분은 썩 괜찮았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찾아갔던 이유는 나가사키 짬뽕에 있었다. 한 우물을 파서 이런 맛이 나오는 걸까, 했을 정도로 맛이 깊은 나가사키 짬뽕을 내놓던 이자카야였다. 이자카야에서 먹어본 식사 중에는 시후쿠와 더불어 최고였던 가게.


2017/01/18 - [용산/숙대] 시후쿠: 연어의 맛을 깨우치다 ★★★★★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날은 두 분 중 한 분이 몸이 안좋으셔서 출근을 못하신 탓에 나가사키 짬뽕은 안되고 카레류만 된다고 했다. 대신 돈을 내야(3000원 정도) 추가할 수 있는 치킨 가라아게, 돈가스, 고로케 중에 하나씩을 고르면 공짜로 주시겠다고 하셔서 돈가스와 치킨 가라아게를 감사히 받았다. 뭐 굳이 이 글에 어떤 사심이 있다면 그 서비스 정도일까.. 


가게의 분위기는 여전히 라쿤의 그것이다. 어딘가 묘하게 현대적이고 펑크한 느낌이 묻어나긴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반은 분명하게 일식 가게의 그것이다. 이자카야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조금 가벼워보일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겠지만 독특한 분위기라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사실 가게 분위기의 단점은 그런 가볍다거나 하는 부분이 아니라 가게 내부가 전반적으로 어두운 편이라는 데에 있다. 아마 저녁에는 술을 메인으로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낮에는 자연광이 안까지 제대로 미치지 못해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안을 향하면 조금 어둡고 밖을 향하여 앉으면 너무 눈이 부신(안이 너무 어두운 탓이다) 문제점. 덕분에 사진의 조명도 뭔가 조금 이상해졌다.


카레의 맛은 훌륭했다. 카레 우동과 카레 덮밥(카레라이스)을 시켰는데, 흔한 카레의 그것이면서도 깔끔한 맛을 낸다. 아주 특출난 카레의 맛은 아니지만 단정된 맛이 매력적이다. 가격이 결코 싼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치킨 가라아게는 가라아게 특유의 미묘한 닭 냄새가 조금 나긴 하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같이 간 혀니는 그런 부분 없이 맛있게 먹었다고 하니 아마 내 약한 비위가 문제였던 모양이다. 돈가스는 양은 적지만(어차피 3천원인 점을 고려하면 적은 것도 아니다) 맛이 좋았다. 소스가 전체에 다 묻어나오는데 고구마 향이 진하다. 소스를 찍어도 아니어도 좋을 것 같은 맛인데 전체에 모두 묻어있어 찍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조각이 많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 사실 단독 요리가 아니고 카레 덮밥/우동에 얹어져서 나오는 음식이니 이런 부분은 고려 대상이 아닐지도(나는 돈가스만 다른 접시에 따로 받았다). 


사실은 그럼에도, 나가사키 짬뽕이 더 좋다. 왠지 라쿤, 하면 나가사키 짬뽕을 먹어줘야할 것 같은 기분이랄까. 언젠가 다시 한 번, 나가사키 짬뽕을 먹으러 들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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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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