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대학로] 부탄츄 대학로점: 유명한 맛집의 법칙 ★★★☆


대학생활을 하다보면(특히 연애를 하다보면!!) 대학가 근처, 그리고 서울 여기저기에 몇몇 맛집을 알게 된다. 사실 맛집이라고 이름붙는 식당들의 절반 정도는 맛집이라기 보다는 소위 '가성비'(나는 종종 '가맛비'라고 부르는데)가 좋은 식당들이고, 남은 절반 중 또 상당수는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음식을 제공하지만 어딘가 부족하거나 위생이 엉망이거나 어쨌든 단골집으로 삼게 되지는 않는 곳들이다. 그렇게 걸러내고 걸러낸, 맛집이라 불리는 집들 중에서 종종 다시 찾을 생각이 있는 가게들은 꽤 많지 않다. 내가 뭐라고, 대학가에 즐비한 식당들에 별점을 매기고 '천하제일맛집대회'를 열고 있는 셈이다. 내가 종종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이 블로그는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아직 올리지 않았지만), 내가 이렇게 열심히 찾는 가게들 중에는 확실히 라멘 가게가 많다. 


여튼 그게 라멘집이든 한식집이든 분식집이든 뭐든지간에, 이렇게 '천하제일맛집대회'에서 생존한 맛집들은 다시 '무난한' 곳과 '특출난'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이 표현은 어쩔 수 없이 골라낸 단어인데 절대 '무난함'과 '특출남' 사이에 어떤 우열을 두고자 함은 아니다. 나 자신부터가 특출나다기 보다는 무난한 사람이기를 희망해서인지, 대개 내가 자주 찾는 곳은 사실 같은 가격일지라도 특출난 곳보다는 무난한 가게들이다. 무난함의 곧 부담없는, 친숙하고 일관된 맛을 내는 식당들에 대한 평이요, 특출난 곳이라 함은 곧 '과함'의 경계선에 놓여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곳 부탄츄는 어느 쪽일까를 따져본다면 사실 후자에 가깝다.


많은 라멘집은 한 종류의 라멘을 간단한 토핑 추가만을 허하는 형태로 판매하는데, 이곳의 경우 다채로운 라멘을 구비하고 있고 토핑 추가에 돈도 받지 않는다. 나는 국물은 진하게(이곳의 표현으로는 '짜게'였다)였고, 우리 두 명의 숙주 추가가 그릇에 따로 담겨 나왔다(따로 추가해달라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조리과정에서 빠졌는지 따로 나왔다). 사실 숙주 추가 만으로 거의 두 그릇 분량을 먹게되는 셈인 것 같은데 이건 또 나름대로의 장점이 아닐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이었다. 다른 곳처럼 계란이 시선을 잡아당기는 대신 한쪽에 고즈넉이 안착해 있는 김은 꽤 독특한 모양을 낸다. 국물을 한 숟갈 떠 입에 가져다대는 순간, 묘한 익숙함이 들었다. 아, 이맛은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장조림맛..?"


그렇다. 사실 국물의 맛이 엄마의 손맛이 느껴지는 장조림에 가깝다. 폄하하는 바는 아니고, 다른 음식에 빗대기 쉽지 않은 라멘의 국물에서 이렇게 익숙한 맛이 난다는게 신기했다. 나로 말하자면 엄마가 해주는 반찬 중에 가장 애정하는 반찬 중 하나가 바로 그 장조림이며, 장조림 국물에 밥 비벼 먹는 것도 끔찍히 아끼는 사람이기에 당연히 싫을 리 없다. 오히려 이런 국물 맛은 독특하게도 부탄츄의 특징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간장이 들어가고(소유라멘은 아니었는데 정확히 무얼 시켰던지 잘 기억은 나질 않는다), 계란과 돼지고기(차슈?) 몇 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조합이 생각해보니 장조림의 맛이 나는게 어찌보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반찬을 보면 알 수 있듯이(김치) 한국화가 충분히 진행된 라멘임을 알아볼 수 있다. 여러 라멘집 중에 비슷한 곳을 찾자면(맛이 아니라 그 느낌이) 마포에 위치하고 있는 라멘마츠에 가깝다. 그런 덕분에 '한국의 재료'로 '일본의 느낌'을 살려내려는 부단한 노력도 없고, 어째서인지 하나의 특징처럼 자리잡은 '비좁은 자리에서 후루룩 먹는 라멘'이라는 느낌도 약하다. 대신 쾌적한 분위기에서 괜찮은 라멘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곳에 이렇게나 짠 별점을 던져주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어쩌면 "너무나도 좋은 평가" 때문일지도 모른다. 신촌에도 한 곳이 있고, 본점은 홍대에 있다고 하는데 위치가 꽤나 좋아서(미분당 2호점 옆, 현대 유플렉스에서 3분 정도 거리) 언제나 사람이 많다. 신촌역에 있다는 소리는 신촌에 있는 음식점들 치고는 우리 학교에서도 접근성이 좋다는 의미여서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그래서 언제나 한 번쯤 가보고 싶었는데 실제로 가보니 기대했던 정도는 아니더라, 하는 것이다. 부탄츄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도 하겠으나 주관적인 별점평가라는게 원래 그런 것이니 양해해주었으면. 그래도 대학로점의 경우 점심시간에도 비교적 줄이 짧아서(우리가 갈땐 웨이팅이 없었고 다 먹고 나올 때는 2명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연대-이대-서강대를 낀 신촌점보다야 대학으로는 성대 명륜-서울대 연건만 있는 대학로 쪽이 사람이 더 적을게다)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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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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