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태원] 버거마인: 뜬금없이 맛난 맛집지뢰 ★★★★★


원래는 이 근처에 샌드위치? 가게를 찾아갔었다. 꽤 이른 시간이었는데(위 간판 사진은 들어갈 때 차가 다녀서 못찍었다가 나오는 길에 찍었다. 원래는 날이 밝을 때 들어갔었다)도 그 가게는 재료가 다 떨어져서 마감을 했노라고 했다. 우리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이미 커피라이터에서 커피를 마시고, 대왕 카스테라 가게에서 카스테라 냄새를 드음뿍 맡은 이후였다. 배는 고플대로 고팠고, 도저히 돌아갈 엄두도 나지 않았고 날도 썩 좋이 않았다. 사실 돌아가려면 돌아가지 못할건 없었다. 그래도 무리한 여정을 용납할만한 날씨도 체력도 되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답은 간단했고 결단을 빨랐다. 우리는 앞에 있었던 버거마인을 향했다.


조리하면서 참숯을 쓰는 모양이다


화려한 장식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벽화에 있는 맥도날드 심볼 캐릭터가 눈을 끈다. 오른쪽에 사진이 잘리긴 했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추정)이 햄버거를 먹는 모습을 그린 것도 있다. 상상으로 그린 것인지, 어디선가 보도용으로 나온 사진을 보고 그린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꽤 눈에 띄기도 하고 첫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양념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일견 부실해보이기도 하지만..


세트는 5,000원이 추가되고, 햄버거는 8천원 언저리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베이컨잼 버거 하나와 스파이시잭 버거 하나를 시켰고 하나만 세트로 올렸다. 음료는 콜라로 주문했다. 세트에는 리필 가능한 음료가 포함된다. 가게에서는 리필가능한 음료(2천원)와 캔인지 페트인지에 담아 파는 일반 음료가 나눠져있다. 리필가능 음료는 사람수에 맞추지 않고 주문할 수도 있지만 리필을 받으려면 사람 수에 맞춰야하는 모양이다. 다행히 우리는 하나만 시켰음에도 다시 리필을 해야할 정도로 많은 콜라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세트에는 당연히 감자튀김도 포함되어있다.


뒷부분의 사진에 있지만 감자튀김은 가격에 비해서 양이 아주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수준이다. 대신 위에 올라가는 소스는 개인이 직접 만들 수 있는데, 머스타드, 케첩, 마요네즈, 허니 소스 등 여러가지 소스들이 준비되어있다. 케첩과 허니 소스를 섞어서 만들어봤는데 맛이 썩 괜찮았다. 네덜란드에서 먹었던 마네켄파이가 생각났다. 정작 감자튀김이 꽤 유명하다고 들었던 것 같은 벨기에에서는 감자튀김을 거의 먹지 않았지만. 감자튀김과 햄버거가 함께 나오는게 아니고 감자튀김이 먼저 나오기 때문에 페이스를 조절하지 않으면 햄버거를 먹기 전에 감자튀김을 다 끝내버릴 수도 있다. 이건 사람에 따라, 취향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나는 보통 패스트푸드 점에 가도 햄버거를 먹기 전에 절반 정도, 햄버거를 다 먹고 나서 나머지 절반 정도를 먹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먹는게 좋았다.


처음 받았을 때 인상은, 뉴욕아파트먼트와 같은 멋드러진 곳에 비하면 조금 부실하지 않나 싶었다.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내용물도 아주 많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부족이 아닌 절제였고 과하지 않은 수준에서 딱 맞추어낸 것이었다. 버거킹이든 맥도날드든, 혹은 그게 제대로 된 수제 햄버거집이든지간에, 햄버거란 들고 먹든 칼과 포크를 들고 먹든간에 참 품위를 지키며 먹기 힘든 음식이다. 버거마인도 마찬가지라서, 먹기 위해 칼질을 하면 할 수록 햄버거는 처참한 모양새로 무너져내렸다.


과하지 않다는 것은 그러나 양에만 해당된다. 내용물은 진하고 강한 맛을 내는데 그렇다고 해서 부담될만한 맛은 아니다. 제 소스, 그리고 베이컨 잼과 같은 여러 녀석들이 이리저리 뒤섞이고, 수제 햄버거답게 그 모양새를 무너뜨리고 대충 포크로 이것저것을 찍어 먹는데 한 입 한 입은 서로 다른 맛을 내지만 같은 곳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인지 그 '맛있음' 만큼은 일관되어있다. 수제햄버거집 답게 빵은 바삭바삭 잘 구워져있다. 사진에서도 보이듯 패티가 두껍다거나 어떤 재료를 밀어넣은 것은 아니다. 앞서말한 적당한 수준의 과하지 않음이다. 그러나 먹으면서 부족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뜬금없이 만난 지뢰"였다. 그런데 나쁜 의미가 아니었다─물론 이 마인이 지뢰의 그 마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갑자기, 뜬금없이 마주친 기분좋은 맛집이다.


이 가게의 매력은 비단 그 맛에서 끝나지 않는데, 가장 큰 매력은 가게의 분위기다. 사진이 화이트밸런스가 조금 맞지 않아 누렇게 뜬 경향은 있지만, 묘하게 이국적인 분위기와 한국적인 분위기가 뒤섞인 것이 이태원의 전형이라 할만하다. 사실 이 날이 나로서는 이태원을 제대로 방문해 본 첫 번째 날이었는데, 오묘하게 한국화된 외국의 분위기들이 매력적이었고, 말 그대로 "이곳이 아니면 맛보지 못할(아마도 주인장 분들의 국가에서도 맛보지 못할)" 음식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곳이기도 했다. 이 곳은, 아마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예컨대 이런 멕시칸스럽기도 미국스럽기도 한 분위기와 테이스티 로드 포스터(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우리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었지만 들어가면서 보니 이 포스터가 있었다. 나는 갑자기 밟은 지뢰같았는데 사실 유명한 가게일지도 모른다)와 피카츄 인형과 지방이 인형이 각자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수제 햄버거를 파는 가게는 아마 전세계에서 이 곳 말고는 찾아보기가 요원하지 싶다.


테이스티로드 포스터

여기에도 맥아저씨가

영화에서나 볼법한 그런 벽화로 잔뜩 장식된 가게 내부

아마도 주인 여러분(뭔가 여러분들이 함께 운영하시는 것 같았는데)의 추억이 담겨있는 사진들, 그리고 지방이와 피카츄.

감튀 소스는 알아서들 만들어보시라.

지방이가 지방을 더더욱 쌓고 있는 모습이 양심을 찔렀다.

이곳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 중 하나인 베이컨 잼.

버거마인이 있는 길을 따라 쭉 올라오면 서울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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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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