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신촌] 미분당 : 베트남 쌀국수의 재발견 ★★★★★


※네이버 블로그 '소민의 어린이날'으로부터 옮겨온 것이다.


베트남 쌀국수는 사실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다. 소위 Pho시리즈들이 한동안 온 식당가를 뒤덮었을 때, 한 두번 먹은 건 괜찮았지만 그 뒤로는 썩 내키지 않았다. 참 미묘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첫째로 면이라면 역시 콩국수와 라멘을 최고로 치는 까닭일테고, 둘째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보다는 밥을 좋아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날 만난 미분당은 사실 내 생각을 완전히 뒤흔들어놓았다. 먹는 방법이 몇 가지나 소개되어 있을 정도로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데, 그 요령은 해선장과 소스에 있다. 면과 고기, 고수 따위를 조금 건져내 볼에 옮겨담고 소스와 해선장을 적당히 섞어 먹는다. 여느 가게처럼 이 녀석들을 쌀국수에 직접 부어도 괜찮지만, 미분당의 이 '비빔쌀국수'같은 맛은 포기할래야 포기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양념에 한 몸을 의탁한 채로 재료는 죽어있느냐하면 또 그건 아닌게 신기하다. 애초에 그 베이스가 탄탄했기에 양념을 어찌해도 맛있었던 것이지, 부족한 면과 국물을 양념으로 어찌 해보겠다는 얄팍한 술수의 결과물이 아니다. 증명이라도 하듯 진한 국물과 부족함 없는 면이 젓가락을 반긴다. 양도 시작부터 첫 느낌이 풍성하기 그지없다.


올초에 깨나 추울 때 갔던 곳이다. 그 뒤로도 몇 번을 찾았더랜다. 나 개인적으로는 꽤 좋은 기억이 많은 가게다. 인테리어는 단정하고, 일본 식당같은 느낌을 낸다. 쾌적하다기 보다는 깔끔하다. 사실 자리는 비좁고 사람은 많고 줄은 길게 늘어서고 여름이면 특정 자리는 팔팔 끓을 것 같을 정도로 덥다. 그러나 싫지 않은 것은, 뭔가 대중음식이지만 철학을 분명히 담은듯한 그 미분당의 진득한 느낌 때문일터다. 이러함 철학은 식당의 분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곳곳에 조용하게 식사하실 수 있도록 너무 크게 떠들지 말아달라는 글귀들이 붙어있다. 혼자 간 적은 없지만 혼자 가도 좋을 것 같고, 또 한 번쯤 혼자 가보고 싶은 곳이다.


그리하여 결론지어 생각해보건대, 역시 나에게 베트남 쌀국수는 아마도 불호는 아니겠으되 극호 역시 아닐 것이다. 내가 이토록 인상깊게 먹은 그 '맛'의 본질은 쌀국수라는 메뉴가 아닌 미분당이라는 식당에 있기 때문이다.  쌀국수를 찾아먹는 일은 없겠지만, 조금은 역설적이게도 미분당은 언제나 마음 속에 담고 있겠지.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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