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君の名は。, 2017)


[스포일러 있음]

무엇이 그들을 열광하게 하나

얼마전부터 극장 상영에 들어간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인기가 뜨겁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대중적으로 뜨거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더군다나 국내에서 인기리에 상영되었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달리 <너의 이름은>은 한없이 일본 애니메이션, 소위 매니아들의 '서브컬쳐류'에 가까운 영화다. 속된 말로 '오글거리는' 장면이 많고, 따뜻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조금은 뜬금없고 조금은 설득력없고 조금은 신비롭고 조금은 설레는 그런 설정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너의 이름은>이 이만큼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게,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사실 극장까지 찾아가서 볼 생각이 없었던 작품을 굳이 극장을 찾아 봤다. 어떤 작품이길래 이렇게 인기를 끄는 걸까? 무엇을 매력으로 이렇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걸까?


소위 '오타쿠' 혹은 매니아가 아닌 이들도 편하게 볼 수 있나 

대답부터 솔직히 하자면 아니오다. 아니, 아니오라기 보다는 글쎄..? 싶은 부분이다. <너의 이름은>은 분명히 좋은 작품이지만 여전히 한국의 대중적인 취향과 100% 맞아떨어지는 작품이 아니다. 영화는 나름 긴장감있고 오밀조밀한 전개를 보여주고, 그런 전개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나에겐 충분히 훌륭했던 데다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세밀하고 아름다운 화면은 시선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스토리 자체는 일본 아주 신기한 이야기인 것도 아니고, 둘의 시간대가 틀어져있다는 것도 나름 진부한 소재였고, 그 둘이 만나고자 하게 되리라는 것 역시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타임 워프, 라고 하기에는 조금 미묘하지만 그런 기본적인 설정을 깨닫는 순간 관객들은 나름대로 어떤 식의 이야기가 전개될지 예상할 여지가 충분하다. 이야기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 정도는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고 한국 정서와 아주 잘 들어맞는 이야기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의 몸에 들어가 가슴을 만져본다거나하는 조금이지만 분명한 성적 코드, 과장된 대사와 작위적인 화면 연출 등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그것이다. 그림으로 그려진 예쁜 이야기였던 <하울>이나 <센과 치히로>와는 이야기의 성격이 다르다. 어디까지나 아주 잘 만들어진, 그리고 잘 다듬어졌고 비교적 소재가 한국인들에게 잘 맞는 이야기였지만 어디까지나 일본 애니메이션의 범주 안에 있는 작품이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평상시에 애니메이션을 즐겨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인데, 소위 '서비스씬'이라고 이야기되는 노골적인 노출 장면 혹은 흥미를 이끌어낼만한 성적 코드가 들어가는 것과, 과장되고 작위적인 연출과 대사 처리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런 부분을 모두 그대로 끌어안고 있다.


아름다운 화면,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강렬한 감정
그 오그라듦을 참을 수만 있다면

그러나 이러한 소위 '오그라듦'을 참아낼 수만 있다면 이 영화는 분명히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느낌이 진하게 묻어나는 수작이다. 화면은 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아름답고, 특히 운석과 하늘을 진하면서도 눈부시게 표현해낸 화면에는 기가 질릴 정도다. 영화를 보는 내내 끊임없이 나타나는, 사실적인 것을 좇아 그것을 담아내면서도 그 너머에서 '그림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풍경들만으로도 이 영화는 큰 화면으로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그리고 이러한 장면 처리는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인 강렬한 감정선을 잘 뒷받침해낸다.


신카이 마코토의 다른 작품을 본 지가 워낙 오래되어서 정확히 어떤 작품이었는지 떠올리기는 어렵지만, 그의 전작인 <언어의 정원>과 비슷하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부분은 그 아름다운 화면과 강렬한 감정선에 집중되어있다. 이 영화 역시 스토리 플롯 자체는 아주 대단한 것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뒷내용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을 정도였고 그 구성도 참신한 것과 진부한 것 중 어디에 속하는가 하면 후자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상영관을 빠져나오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것은 강렬한 화면 위에 꾹꾹 눌러담은 타키와 미츠하의 감정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런 감정을 일절 여과없이 드러내고, 그 과정에서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 양자 모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작위적이고 '강렬할 것이기를 시도하는' 잦은 시도를 선보인다. 이는 분명히 강렬한 감정을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으로 역할하지만 동시에 그 '오그라듦'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위적인 느낌에도 불구하고 그 시도는 매우 유효하다. 영화의 전반부가 밝고 각자의 생활에 적응하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가는, 담담하고 흐뭇한 장면이라고 한다면 중후반부부터는 타키의 감정을 고스란히 영화 속에 퍼붓는다. 그렇게 퍼부어진 감정은 중2병같다, 오글거린다와 같은 평가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묘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런 절제되지 않은 감정은 관객들을 타키에게 한없이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의 '대재앙'은 동일본 대지진을 모티브로 딴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일종의 추모와 그네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대입 없이도 이 영화는 미츠하(그리고 그런 미츠하가 되어 다른 이들을 살리고자 하는 타키)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영화다. 이 영화에 진하게 묻어나는 감정은 미츠와 타키 사이의 것이 8할이지만, 그 나머지 2할은 이러한 간절함에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마을 사람들을 모두 살려내는 것은 일종의 '대체역사물'과 같은 염원이 담긴 것이지 않았을까.


영화는 100분 남짓으로 길지 않은데, 그래서인지 영화의 구성에서 회수되지 않았거나 충분히 풀어놓지 못한 이야기들이 아직 산재되어있는 상태에서 끝이 났다. 소설이 함께 나온 모양이던데 아마 나머지 부분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소설에 일임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효율적인 선택인지, 영화로서의 자격 미달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쨌든 영화는 메인 스토리 자체를 완결지으면서도 미츠하의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의 일, 그리고 어떻게 아버지가 자신의 입장을 바꾸고 결과적으로 마을 사람들을 모두 살려냈는지에 대한 과정 등 핵심적인 부분이 빠져있다.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문제는 없지만 이런 부분은 마치 완성품의 요약본을 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 밖에도 미츠하와 타키의 강렬한 감정이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강점인데도 이 둘의 감정이 개연성 있게 펼쳐지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네들이 서로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을 서로가 서로를 겪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몇 번 보여주는 것으로 모두 '퉁'쳐버린다. 사실 그도 그럴게 이 둘은 서로 제대로 만나본 적도 없는 인물들이다. 남녀 사이의 일이라는게 원래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진한 감정이 주가 되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런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덤으로 이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자 가장 큰 여운을 남겨놓는 것이 '무스비'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둘의 만남은 그런 '시간의 흐름'에 핵이 되는 것이 아니다. 둘은 시공간을 엇갈렸지만 그것이 무스비의 그것과 직접 묶어내기에는 쉽지 않다. 즉, 시간의 흐름은 이 영화의 핵심적인 요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대답하기는 어렵다. 이야기가 전개되려면 엇갈린 시간이라는 요소는 분명히 필요하지만 그들을 잇는 것을 시간이라고 보기는 조금 어렵다. 오히려 그것을 인연으로 해석했다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물론 무스비 이야기, 그리고 시간과 이들의 만남이 전혀 무관한 것이라 평할 수는 없다. 어찌되었든 3년이라는 분명한 시간의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엇갈림 끝에 서로 5년(미츠하는 8년)의 시간 뒤에 결국 그 시간의 '실타래'가 다시 엇갈리면서 그들이 만나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인연의 의미와 맞닿아있는 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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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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