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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니와 사귀고 처음 맞았던 시험기간에 찾았던 가게를 찾았다. 한자로 '만덕부', 한글로 원더풀이라 서진 이곳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원더풀 샤브샤브라는 샤브샤브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이번에 찾았을 때는 샤브샤브라는 이름은 온데간데없고 완전히 중국집다운 모습으로 바뀌어있었다. 사실 샤브샤브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는 동안에도 가서 샤브샤브를 먹어본 적은 없다. 우리도 "왜 샤브샤브지..?"하면서 항상 중국음식을 먹었던 곳. 학교 주변이라 중국집은 많지만 직접 찾아가서 먹을 수 있는 가게는 많지가 않다. 개중에 괜찮은 편인 곳 중에 하나였다.



좋아하는 식당이 그 맛을 잃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가끔 그런 가게를 맞이하곤 하는데, 언젠가 한 번 말한 적도 있는 것 같지만 '영속성'이라는 단어에 많은 미련을 가진 나에겐 슬픈 일일 수밖에 없다. 뭘 시작하더라도 이게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를 고민하고 하는 나에게 제 맛을 잃은 식당들은 그렇게 '오래 지속될줄 알았던 무언가'를 잃은 상실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이런 말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고 있는걸 보면 알겠지만 이 가게가 그랬다. 사실 그게 오늘 하루의 문제인지, 제 맛을 잃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 하루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음식을 내놓는다면" 다시 찾을 생각은 크게 들지는 않는다.


짜장면과 '안 매운 사천탕면'을 시켰다(짜장면이 섞은 이후라 조금 참혹한 비쥬얼이기는 하지만 새 음식임..) 사실 짜장면을 먹으러 간 가게는 아니었다. 나는 짬뽕이니뭐니 하는 것보다 짜장면과 볶음밥을 선호하는데, 이 가게는 안 매운 사천탕면이 매력적인 가게였다. 사실 그 둘의 상관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이 곳에서 먹는 안 매운 사천탕면의 맛은 나가사키 짬뽕같은 맛이 났다. 학교 주변에 예전에 다른 블로그에 포스팅던 '라쿤'이라는 이자카야가 있는데, 지금도 점심 장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곳과 함께 학교 주변에서 괜찮은 나가사키 짬뽕을 먹을 수 있는 곳 중 하나였던거다. 얼마나 정직한 나가사키 짬뽕맛이 났냐면, 내가 장난으로 '라면 스프를 넣은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참 맛있었던 곳이다. 그 때는 국물도 하얗고 깨끗했다.


사실 이번 사천탕면은 나오자마자 뭔가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국물 색깔부터가 오징어의 그것을 따르고 있었고, 향에서도 해산물의 향이 강하게 났다. 거의 국물은 해물탕의 그것에 가까웠다. 아주 못먹을 음식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가 기대한 맛은 아니었던 거다. 그래도 일단 다 먹긴 했는데 아직도 저 맛의 변화가 궁금하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사천짜장은 매운 양념에 해물을 얹은 것이고, 그렇지만 사천은 본래 내륙지방이라 해산물이 적게 들어가야 맞다는데, 그렇다면 이 안 매운 사천탕면은 맵지도 않고 도대체 무슨 임식인걸까. 중화식 해물탕면..?


어쨌든 그런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언젠가 다시 들러볼지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 주변의 '괜찮은' 맛집 한 곳을 잃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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