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

 

 

   6권이 나온지는 꽤 됐는데, 알고 있으면서도 여러가지 이유로 읽지 못하고 미루다가 이번에 학기가 끝나고 나서야 읽었다. 본격 고서추리물,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권.

 

   사실 이런 설명이 조금은 무색하게도, 점점 이 소설은 고서추리물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옴니버스 식으로 고서 여러권을 폭넓게 다뤘던 초기와는 다르게 점점 큰 뿌리를 훑어올라가고 있고, 고서는 소설의 중심부에서 밀려나버렸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제 고서에서 시오리코와 주인공, 다이스케다. 일본소설에서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한 곳에서 일을 하다보면 당연하다는듯이 둘이 사귀게 되고 많은 사건사고를 거쳐 결국 둘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하는 결말은 찾기 힘든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소설의 전체는 뭔가 간질간질한 풋풋함으로, 설레지만 뭔가 진부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가뜩이나 이 둘 덕분에 분위기가 진부해졌는데, 이 소설의 인간관계는 점점 더 복잡해진다. 어디서 많이 본 것같다. 우리 할머니는 저 녀석의 할아버지와 내연관계였고, 그 내연관계를 가지고 협박했던 사람은 옆집 가게 할아버지고, 근데 그 사람 손주가 또 우릴 협박해오고, 그 때 도와준 것은 지금 내 연인의 할아버지고... 이 소설의 인간관계는 어째 영 한국드라마스럽다. 그것도 유행이 한 철 지난, 알고 보니 이 사람은 엄마고 알고보니 이 사람은 나와 피로 이어진 관계고. 사건 해결의 실마리로 그 '핏줄'을 이용하는 것까지도 닮았다. 읽다보니 흥미롭지만 이제 조금 질리는 부분도 있다. 아니, 이 사람까지도. 우와. 결국 다 연결되있네. 이 연결되있네, 는 감탄이 아니다. 진짜로 하다하다 이제 이 사람까지, 하는 질린 기분이다.

 

   물론 이러한 것을 모두 별개로 해놓고, 소설 자체는 재밌었다. 이야기는 다시 초반으로 돌아간 것 같다. 다자이 오사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우리의 흑막, 우리의 악역전담 다나카 도시오가 돌아온다. 뭔가 사람이 좀 봐줄만해졌네, 할 때쯤, 마지막에 갑자기 뒤통수를 확친다. 나 나쁜놈이었어, 잘 알잖아, 하고서. 근데 또 이게, 자신과 다이스케의 관계를 알고 나서 또 갑자기 나쁘지만 꼭 나쁘지만은 않네, 하는 묘한 캐릭터로 돌변한다. 인물이 좀 맥이 없다. 좋게 말하자면 인물이 입체적인데, 사실은 입체적이라기 보다는 이 캐릭터의 정체성을 알 수가 없다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그가 다시 돌아옴으로써 스토리 전체를 지배하는 긴장감도 되살아났다. 역시 악역은 밉지만 떼버릴 수 없는 존재야.

 

   슬슬 이야기가 끝나가는 모양이다. 슬슬 시오리코의 어머니, 지에코와의 관계도 정리될듯 하다. 여섯권을 헤쳐왔지만, 작가 자신이 다음권이나 그 다음권 쯤에서 이야기는 끝난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은 지에코가 어떤 인물인지 우리는 거의 아는게 없다. 아마도 남은 분량은 지에코의 이야기로 가득찰 것 같다. 지금까지는 굉장히 얄미운 캐릭터로 그려졌던 시노카와 지에코는 어떤 인물일까. 처음엔 책(물론 나는 고서를 좋아하지는 않지만)을 다룬 추리물이 흥미로웠고, 이어서 순정물이 된 것이 즐거웠는데, 어느새 다시 추리물로 돌아가, 이 이야기의 흑막이나 마찬가지인 지에코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해왔는지 궁금해진다. 그녀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앞서서 신나게 싫은 소리를 해놓고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다음권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어쨌든 재미도 있고 말이지. 조금 걸맞지 않는 비유지만, 다들 욕하면서 보는 우리나라 드라마같은거 아닐까.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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