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간도

 

 

언더커버의 원조와 같은 영화

   언더커버의 원조와 같은 영화. 무간도를 한줄로 설명하라면 그런 영화가 될 것이다. 유덕화와 양조위라는 걸출한 캐스팅, 그 뒤에도 끊임없이 리메이크되고 오마쥬되는 스토리라인과 섬세한 인물묘사. 후에 쓰겠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주연으로 리메이크된 '디파티드(The Departed)'보다 이 영화가 훨씬 좋은 이유는, 그런 섬세한 심리묘사에 있다. 두 영화는 같은 소재, 같은 구상에서 출발했지만,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낳았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인기리에 상영되고, 3부작으로 완결될 것이라고 하는 '신세계' 역시 무간도에 상당부분 영향을 받은 영화라고 할 것이다. 이런 무간도에 대해 혹자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영화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무간도는 도대체 어떤 영화일까.

 

   무간도의 시작은 유덕화가 분한 유건명을 비롯한 삼합회의 신참들이 경찰학교로 보내지기 전, 그들의 보스격인 한침이 그들에게 "여러분의 경찰에서의 성공을 위해"라며 건배를 제의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경찰학교에서, 두 사람의 운명이 엇갈린다. 진짜 경찰을 꿈꿨던 진영인은 삼합회에 스파이로 심어지고, 정작 삼합회에 몸을 담고 있었던 유건명은 경찰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유건명이 "나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대목은 이 영화의 시작이자 끝을 장식하며, 이 영화에 있어서 유건명이라는 인물을, 그리고 유건명과 진영인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드러내주는 대사다.

 

몸과 정신, 엇갈림

   이들은 몸은 삼합회이되 경찰으로, 혹은 경찰이되 삼합회의 일원으로 각자의 조직에 적응해나간다. 올곧은 경찰 조직에서 유건명은 삼합회에서 벗어나고자 하기도 하고, 반대로 올곧은 경찰을 꿈꿨던 진영인은 삼합회라는 조직 속에서 자괴감을 느끼며 점차 무너져간다. 이 영화는 사실 굉장히 폭력적인, 전형적인 느와르 영화 중 하나이지만, 의외로 영화를 지배하는건 그 뒤를 이은 '신세계'나 '디파티드'에서 느껴지는 조금은 경박한 폭력성이나 유혈낭자가 아니라 진영인과 유건명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심리묘사다.

 

   이 영화가 독특한 구도를 취하고 있는 것에도 그러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진영인의 초점을 따라간다. 유건명을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지만, 삼합회로서 경찰에 심어진 스파이, 라는 부정적인 이미지 탓인지,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진영인의 눈에서 상황을 바라보게 된다. 사실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인물상만 봐도, 진영인은 유건명보다 훨씬 '약한' 사람이다. 자신의 위치에 서있음으로서 느끼는 혼란, 자괴감은 유건명보다는 진영인이 훨씬 심하게 느끼고, 어떻게든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한다. 사실 이 영화에서 유건명은 자신의 위치에서 혼란을 느낀다기보다는 자신의 '만들어진' 위치를 자신의 '진짜' 위치로 만들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이는 영화 후반부로 넘어갈 수록 더욱 강해지는데, 우리는 영화 전반부에서는 굉장히 협조적으로 행동했던 유건명이 결국 마지막에는 스스로의 손으로 한침을 죽임으로써 삼합회원으로서의 자신을 정리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유건명에게 스스로 한침을 죽인것은 경찰조직에 그대로 몸을 담고자 하는 그의 욕망이기도 하고, 삼합회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무간지옥: 끊임없이 고통받는 불멸지옥

   영화는 결국 유건명은 살고 진영인은 죽으며 끝이 난다. 유건명보다는 진영인과 함께했던 관객들은 그러한 결말에 아쉬움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이 막을 내리면 우리는 일정할 수 밖에 없다. 두 주연 유덕화와 양조위는 말할 것도 없이 공동주연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을 한 명만 꼽으라고 한다면 우리는 유덕화, 즉 유건명을 꼽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영화의 제목, 무간도, 무간지옥에 빠진것은 바로 유건명이기 때문이다.

 

   영화 포스터에 쓰여진 바와 같이, 두 인물은 모두 같은 덫에 빠졌다. 자신이 서있는 곳과 서있어야할 곳이 달라서 오는 것, 그 조직에 점점 융화되어가는 것, 그런 자신에게 기묘한 감정을 느끼는 것. 그 가운데 둘은 서로 같지만 다른 선택을 한다. 둘이 같은 것은, 모두 삼합회와 같은 사회의 음지가 아닌 양지로 나서기를 선택한다는 것. 다른 것은, 진영인은 원래의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기를, 유건명은 지금 자신이 서있는 곳에 버티고 서있기를 바란다는 것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건명과 진영인은 완전히 다르지 않다. 둘은 근본적으로 같은 처지에서 비슷한 인물로 그려진다. 앞서 말했든 유건명은 진영인보다 훨씬 강한 인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영인이 자신을 제압하고 끌려내려가던 중 또다른 스파이에 의해 구출되는 장면에서의 그는 전보다 훨씬 약하다. 무언가 체념한 것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결말은 리메이크작인 '디파티드'와 '무간도'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한데, 나중에 '디파티드'를 다루며 쓰겠지만 디파티드는 이 결말을 헐리우드스럽게 고쳐냄으로써 무간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잘라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의 종반부에 이르러 그는 모두를 죽인다. 자신의 와이프를 제외하면 더이상 그가 삼합회 출신임을 아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손으로 경찰조직에 심어져있었던 또 한명의 스파이를 죽인 그는, 당당하게 경찰 신분증을 손에 들고 건물을 빠져나온다. 이 장면은 그가 선택한 것이 삼합회가 아닌 경찰이며, 진짜 자신이 아닌 가짜 자신, 또는 새로운 자신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 장면이 다시 맨 처음으로 돌아가, 경찰학교에서, 어린 그들이 아닌 현재의 자신들의 얼굴으로 다시 마주한 양조위를 보면서, 유건명은 다시 한 번 말한다. "나였으면 좋겠어." 그는 결국 경찰조직에 남는 것을 택했지만, 그것은 지옥으로 돌아가는 것을 피하고자 한 선택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럼으로써 빠져나올 수 없는, 끝없이 불에 탄다는 '무간지옥'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새로운 위치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지만, 그곳은 천국이 아닌 지옥, 그것도 벗어날 수 없는 무간지옥이었던 셈이다.

 

새로운 장르의 완성

   앞서 말했지만, 무간도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영화다. 언더커버 느와르. 정확한 명칭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그렇게 설명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생각하기 어렵지는 않지만, 무간도가 보여준 촘촘히 조율된 각본,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진행과 매력적인 두 인물의 구도는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고, 그 뒤에 '신세계'나 '디파티드'같은 후손들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간도가 그러한 영화에 확실하게 우위에 있는 것은, 이 영화가 사실은 느와르보다 그들의 심리나 갈등, 운명을 다루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 영화를 보고 일어서니 진한 찝찝함이 남는다. 디파티드와 달리 유건명은 살아남았다. 모두가 죽음으로 떨어지는, 그런 빛도 희망도 없는 결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말이 이렇게나 찝찝한건, 디파티드보다도 오히려 더 비극적인 영화인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 생존자인 유건명이 그렇지 못한 콜린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매력적이다. 둘째, 콜린은 죽음으로서 '지옥으로 도피'했지만, 유건명은 죽지 못함으로써 '지옥으로 떨어졌다.' 훨씬 잔인하고 훨씬 많은 사람이 죽는 디파티드나 신세계보다 무간도가 더욱 찝찝하고 비극적인 이유는 거기에 있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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