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다. 영화를 처음 접한건 의외로 홍콩에서였다. 홍콩에서 트램을 타고 지나가는데, 영화 벽면에 레버넌트 포스터가 엄청나게 붙어있었다. 그때는 우리나라에 개봉하기도 훨씬 전이라서(아마 홍콩에서도 개봉전이었지 않나 싶은데) 무슨 영화인지는 몰랐지만, 영화 포스터를 보고 꽤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포스터의 느낌이, 조금 '워크래프트3: 프로즌쓰론'의 그것과 닮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처음에는 이 영화가 판타지 영화인줄 알았다. 영화 설명은 뒤늦게, 영화관에 앉아서, 상영 전에 잠깐 핸드폰을 할 때 봤다. 그래도 줄거리만 봤을 때는 꽤 괜찮은 영화겠다 싶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총평부터 하자면, 이 영화는 좋은 영화이자 지루한 영화다. 나는 영화에서 이야기를 찾다보니 지루한 영화가 됐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하디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스크린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상업영화가 아니라 예술영화 아닐까?" 이런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새하얗게 펼쳐진 설원에서 주인공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겪는 고통은 스크린에 그대로 전달된다.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얀 눈을 기가 막힐정도로 화면에 잘 담아냈고,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그 때의 북미를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담았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그 시대에 완전히 녹아들고, 주인공인 글래스와 동고동락한다. 글래스가 이름모를 원주민에게 도움을 받는 장면에서 희망을 가지고, 그가 죽는 장면에서 슬퍼하며 또한 분노한다. 피츠제럴드의 모습을 보면서 욕을 바득바득 한 사람들도 태반이었을거다. 사실 상영시간 내내 글래스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와 이 정도로 하나될 수 있는건, 어쩌면 우리 인간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자연이라는, 일종의 '난관'을 맞이하여 우리가 취하는 하나의 생존방식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56분이다. 어마어마하게 길다. 2시간 반을 조금 넘는다. 관례처럼 영화 시작 후 10분간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3시간짜리 영화가 된다. 개인적으로는 2시간 정도가 평범한 영화가 관객을 붙잡아놓는데 있어서 데드라인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그 데드라인을 넘어섰다. 물론 영화는 평범한 영화가 아니지만, 이야기만 보면 그다지 새로울 것도 놀라울 것도 없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조금 과하다싶은 부분들이 많다. 무엇을 위해 그가 이 고생을 하는지, 그의 목적은 무엇인지, 모두 잘 알겠지만 이야기는 글래스가 고생하는 부분에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그 갈등이 해결되는 부분에는 지나치게 적은 분량을 할애하면서 조금은 용두사미같은 느낌이 됐다. 영화는 풍경을 통해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안겨주지만, 그 긴장감을 이야기로 잘 연결해내지는 못했다. 덕분에 스크린에 감탄하며 졸고, 흰 눈에 소름끼쳐하며 하품하는, 그런 영화가 됐다.

 

   물론 이러한 감상의 이유 중 절대 다수는 내가 영화보는 눈이 없어서일 것이고, 따라서 스토리가 별로여도 3시간을 알차게 챙겨 나오신 분들도 있었을거다(아마 그분들 중에 이 스토리 자체가 대단히 좋았다고 생각하실만한 분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어쨌든 내 취향의 영화는 아니다. 좋은 영화, 대단한 영화이지만 굳이...? 라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다. 이 영화를 본 것 자체에는 큰 후회는 없으나, 기왕이면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같은 3시간짜리 영화가 좋다. 이런 취향이 너무 저렴하다고 욕을 먹을지도 모르겠지만. 아, 물론, 이 영화의 백미는 영상미와 그 영상미를 뒷받침하는 음향이기에, 극장에서 본 것에 후회는 없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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