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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끝나자마자, 또 한 번의 여행을 떠나게 됐다. 해외여행으로는 굉장히 오랜만이고, 그냥 계획잡아 움직인 여행으로는 연례행사처럼 1년에 한 번씩은 있었던 일이다. 13년에는 방콕을, 14년에는 부산을, 15년에는 다시 홍콩을. 해외를 떠나는 것은 언제나 조금은 무섭고 조금은 설레고 조금은 신나는 일이지만, 또 정작 부딪혀보면 생각보다 별 것 없고 신경써야할 것도 많고 에너지 소비도 큰, 또 그런 일이기도 하다. 처음보는 사람들, 처음먹는 음식들, 처음밟는 땅, 처음듣는 언어의 장벽은 생각 이상으로 높다.

 

그렇지만 또 그런 것이, 나처럼 지극히 보수적이고 위험기피적인 사람에게조차도, 어딘가 도전의식을 불타오르게 하는 부분이 있다. 그리하여 이번 여행에서는 뭔가 많은 것을 해보려고 노력했고, 영어권 국가는 아니지만 어쨌든 영어도 써보려고 해봤고, 여행지도 미리 알아봤고, 홍콩은 도대체 어떤 나라(또는 도시)인지에 대해서 이리저리 찾아보기도 했다. 이번 여행은 여러모로 힘들었고, 방콕만큼이나 홍콩이라는 도시에 푹 빠져들지는 못했던 여행이지만, 오히려 그래서인지 다시 와보고 싶은 도시이기도 했다. 추운 겨울날, 홍콩은 뜨겁지도 않고 딱 좋을만큼 따뜻한 쾌적한 날씨였다. 그래서인지 홍콩에서 그렇게 걸었고 그렇게나 힘들었지만, 왠지 싫지는 않다.

 

비단 홍콩 여행 뿐만 아니라, 모든 여행은 괴롭고도 즐겁다. 모든 외국도 마찬가지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부딪히고, 그것을 헤쳐나가는 과정은 항상 괴롭고 무섭지만, 또 설레고 즐거운 종류의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은 국어를 가르치셨다. 어떻게 어떻게 연이 되어서인지 졸업을 하고 나서도 꽤 오래 연락을 주고 받았더랜다. 국어를 가르치셨던 선생님과, 평상시부터 책을 좋아했던 나에게는 어딘가 통하는 바가 있었던 모양이다. 꽤 오래, 꽤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졸업한 나에게 선생님이 하셨던 말은 '인생의 독서'를 게을리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그런 일환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인 모양이다.

 

해외를 나가는 것에는, 이제 겨우 다섯 번째 출국이지만서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모양이다. 능숙하게 여권을 보여주고, 이국 땅의 입국심사대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는, 뭐 그 정도 수준까지는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를 떠나는 것은 나에게 굉장히 설레는 일인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아직 '해외'라는 단어가 가지는 마력은 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설렘을 함축적으로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공항이다. 많은 사람에게 공항은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문득 공항을 마주할 때면, 그것은 일종의 토템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데에 있어서, 또는 누군가를 떠나 보냄에 있어서 공항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 되는 것이다. 공항은 그 나라, 혹은 그 도시에서 일어나는 떠남이라는 행위 그 자체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즉, 공항은 떠남의 관문이자 새로운 땅의 첫 얼굴인 셈이다. 그렇기에 공항은 항상 설레는 장소일 수 밖에 없다. 비행기라는 탈 것이 가지는 그 매력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다행히도 이런 공항이, 아직은 내게 진부하지 않다.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방콕 여행기에 앞서, 홍콩 여행기를 쓴다. 너무 늦어지면 또 마무리하지 못할 것이 뻔하다. 그러니 이제 기억 속에서 어딘가로 치워진 방콕 여행기보다, 아직은 기억의 최전방에 서있는 홍콩 여행기를 먼저 써야할 것 같다. 이 녀석도 잊혀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야하지 싶다. 나름대로 의미깊었던, 홍콩 여행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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