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들(2015)

 

 

#0.

   시험보기 전부터 친구랑 보러가자고 했던 영화를, 이제야 봤다. 한달이 넘어서였다. 개인적으로는 감독판이 보고 싶었지만 감독판은 아직 개봉을 안했더랜다. 실은 보면서도 이게 감독판인지 아닌지 모르고 봤는데, 나와서 검색해보니 아직 감독판은 개봉도 안했었다는 후문. 감독판이 개봉하면 한 번 더 봐보고 싶은 생각도 조금은 있다. 그만큼 흡족스러운 영화였고, 이병헌과 조승우와 백윤식과 모든 조연들의 연기가 한 명 빠짐없이 흡족스러웠다.

 

#1.

   내부자들. 영어로는 Inside man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비슷한 제목이었던 내부고발자(The Whistleblower)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비슷한 의미다. 이 영화에서의 내부자도 결국은 내부고발자가 된 조승우다. 이 영화는 굉장히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라는 측면에서 지극히 상업영화적이지만, 의외로 그 안에는 '소수의견'과 비슷한 사회고발적인 측면이 있다. 언론과 정치, 재력과 정치, 언론과 재력이 교차하며 만들어진 거대한 권력, 백윤식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건드릴 수록 더 커지는 괴물'인 정치권력에 대한 첨예한 비판을 담고 있는 영화다. 그리고 이런 상업 영화답게 그 축 중 하나에는 이병헌이 서있는 '조폭'(정치깡패)이 서있다.

 

결국, 조폭-검찰-정치(신정당)-언론(조국일보)-재력(미래자동차)이라는 다섯개의 조직이, 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있는 이 조직들간에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다. 이런 플롯은 아주 새로울 것도 없고, 아주 전형적인, 사회적 메시지를 품은 조폭미화물이라고 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병헌은 굉장히 미화되어 그려지며, 오히려 정의롭다고 여겨지거나 정의로워야한다고 여겨지는 검찰조직, 혹은 언론이 부패하거나 심지어는 악의 축으로 그려진다는 측면에서 더더욱 그렇다. 어떻게 보면 아주 전형적인 조폭미화물의 특징을 한껏 품고 있는 영화다.

 

사실 영화의 전반에 그런 분위기가 가득하다. 영화는 시종일관 선정적이고, 남성우월주의적이다. 등장인물의 대개 남자이고 여자는 남자의 조력자 수준에서 그친다. 영화는 아주 폭력적으로 전개된다. 서로가 서로를 배신한다. 그 와중에 정의의 편에 섰던 한 사람과, 그 대척점에 섰던 한 명의 조폭이 친구 비슷한 관계가 되서 협력하기 시작한다. 결국 악당들을 모두 물먹이고 그들이 승리자가 된다. 마지막에는 친구끼리 술이나 한잔 하자며 스크린은 막을 내린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다. 그러나 반대로 이런 영화는 아주 특별하다. 현실 속에서는 말이다. 현실 속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막을 내리고도 묘한 찝찝함이 남는다. 아주 통쾌한 반전을 보고, 와 반전 장난아닌데, 하면서 영화관을 떠나지만, 그 뒤에 묘하게 쓴 맛이 남는 것은 어째서일까.

 

#2.

   결국 이 영화는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그 대안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한계를 품은 채, 관객들에게는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결국 한 대선 후보는 날아갔고, 한 기업의 회장도 날아갔고, 한 대형언론사의 주필도 날아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몇가지 한계를 보인다. 첫째로, 앞서 말했듯이, 이는 한국사회(그것이 현실 속이든 영화 속의 한국이든간에)의 아주 일부의 부패고리일 뿐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조국일보 주필이었던 이강희(백윤식)에게 경쟁후보가 나타나 자신에게도 '끈'을 만들어줄 것을 요청하는 모습은, 이러한 부패가 세 명의 축출으로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둘째로, 결국 이 모든 과정이 판타지라는 점이다. 외압에 시달리지 않고 옷 벗을 것을 각오한 정의로운 검사와, 어디까지나 시작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도 정의로운 무언가를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감옥에 가는 것도 불사하는 한 조폭이 만나서, 친구 비슷한 관계까 되고, 협력해서, 결국 이 모든 정치권력을 물리치고 승리자가 되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하는, 동화책의 느와르버전같은 미묘한 이야기다. 현실 속에서 일어날리도 없고, 일어날리 없다는 사실을 모든 관객들이 알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이 영화의 결말은 여전히 찝찝하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하게, 이 과정이 아주 폭력적이고 합법과 불법의 선을 오가게 되면서, 현실성은 더욱 없어지게 되고, 과연 저것이 정의인가 싶은 의문을 품게 만든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문구는 이강희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심각하게 왜곡되어 전달되고, 이 과정에서 결국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라는 결말로 치닫는 일련의 과정은 그렇지 않은 세계를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판타지적'인 측면에서는 굉장히 통쾌한 복수극이지만, 동시에 찝찝하고 이질적인 결말이 아닐 수 없다.

 

#3.

   어쨌든 상업영화로서의 만족도는 의외로 아주 높다. 아예 대높고 나쁜놈들끼리 한 판 하자, 라고 달렸던 신세계처럼, 그 내용이 가지는 한계와는 무관하게 영화의 완성도는 의외로 높다. 선정적인 장면이 사이 사이 들어가있지만, 강남1970에 비해서는 영화의 전반적인 플롯과의 이질성도 덜한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반전이 아주 새롭지는 않고,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기는 했다. 그러나 요즈음의 많은 영화가 승자는 결국 악인, 같은 결말(영화 '부러진 화살' 등)이나 이겨봤자 거기서 거기(영화 '소수의견', 영화 '변호인' 등)라는 느낌의 결말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런 고전적이고 진부하지만 통쾌한 결말은 오히려 속시원해서 더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란 사람이 단순해서인지 어째서인지, 어쨌든 작품의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선한 사람은 이겼으면 좋겠고 악인은 졌으면 좋겠으니까. 누구 말마따나, "현실 속에 그런 달콤한게 존재하기는 하냐"고 반문받을 정의일 지언정, 영화 속에서는 좀 있어봐도 좋을테니까.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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