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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글로 돌아오다

레포트를 쓰면서...

소민(素旼) 2015.11.19 22:43


사진은 1999년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외 2명으로 구성된 르완다 독립조사위원회의 보고서다.


   레포트의 시즌이다. 레포트로 아예 기말고사를 대체하는 과목도 있고, 중간/기말과 비슷한 배점으로 내주신 교수님들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왠일인지 이번 학기에 발표나 레포트가 많지는 않은 편이다. 간단한 과제가 자주 있는 과목이 2개, 개인발표가 있는 과목이 하나, 그리고 지금 쓰고 있는 레포트 과목이 하나. 나는 글쓰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편이라서 사실 레포트를 쓰는 것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항상 쉽지는 않은 법이다. 레포트를 쓰려면 자료를 모아야하는데, 자료를 모으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번 주제가 그랬다.


   이번 주제는 르완다 학살이었다. 르완다 학살을 주제삼아 글을 길게 써나가야하는 상황인데, 의외로 자료가 많지 않다. 검색창에 르완다를 쳐서 나오는 믿을만한 문헌이 썩 많지 않았다. 특히 르완다와 유엔의 관계를 탐구한 글은 더더욱 많지 않았다. 물론 영어로 검색한다고 해서 많은 자료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영어로 검색했을 때는 많은 결의안과 그에 관한 자료들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그것이 학계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위치였다. 정치학이 미국만을 바탕으로 발전해온 것이 아님을 고려하면, 내가 전혀 구사하지 못하는 불어 등으로 확장한다면 더 많은 자료가 있을지도 모른다. 누가 뭐래도 프랑스는 르완다 학살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나라이기도 하고.


   종종 이렇게 레포트를 쓰거나, 무언가 자료를 찾아야할 일이 있으면 항상 언어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나 역시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많은 자료를 생산해내는 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정말로 한국어로 된 자료의 양은 암담할 정도다. 아무래도 좁은 나라이다보니 더더욱 그렇다. 일부 교수님들이 하시는 말(대학평가의 지표에 더 유리하게 적용받기 위해 주된 논문은 외국어로, 외국 저널에 기고하는 경우가 더 많다)을 고려해본다면 한국어로 학문을 공부하는 것의 전망이 앞으로도 그다지 밝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비단 학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몇몇 문헌이나 기사 따위를 번역해보려고 했던 적도 있지만, 아무래도 영어가 그만큼 능숙하지 못하다보니 금방 한계에 부딪히곤 했다. 유엔은 결의안을 여러나라의 언어로 번역해주지만 거기에 한국어는 포함되어있지 않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러한 결의안의 번역본에 대한 수요도 크지 않다. 학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여러 문헌들이 번역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은, 아마도 그 자료의 가장 주요한 수요층인 석박사 과정을 밟는 대학원생이나 학자들이 이미 영어 쯤은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로 번역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학부생의 입장에서는 조금 다르다. 물론 엉성한 번역본을 쓰는 것 보다야 원문을 적절히 번역하여 차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어와 영어라는 언어 차이 하나만으로 텍스트를 읽어내는 속도가 얼마나 크게 차이가 나느냐를 생각해보면 아쉬운 일이다.


   이러한 문제는 여러가지 번역된 교과서나 학술서적에도 마찬가지인데, 아무래도 엉성하거나 번역투가 그대로 살아있는 번역이 정말 많지만 번역을 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지덕지인 분위기라 할 말이 없다. 그런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대학수업에서는 번역본이 있는데도 원서를 추천해주시는 교수님들도 여럿 있다. 물론 번역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서도. 나중에 시간되면 국제기구나 정치학과 관련된 문헌들은 조금씩 번역을 해서 게시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지 않아 있다. 한국어, 그것도 나 정도가 구사하는 영어와 국문으로 해낸 번역본의 수요가 크지는 않겠지만(아니... 있긴 하려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의는 충분할 것 같다. 나 자신에게도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고. 요즘 이런걸 보니... 영어는 정말 꼭 배워야겠다는 생각... 그리고 이미 이 길은 접었지만 학문을 계속 공부해나가려면 프랑스어 정도는 배워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대학에서 배웠던 교양 프랑스어 수업도 망했던 기억이... 난다...

댓글
  • 프로필사진 XIAO 맞아요 항상 과제하면서 영어가 등장하면ㅋㅋㅋㅋ 아...영어나...제대로 해둘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두 교양 스페인어 망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ㅎ...ㅠㅠ 2016.03.29 11: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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