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국기 2.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 엘릭시르판

 

0.

   지난 첫 번째 권,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에서 진행되었던 나카지마 요코의 이야기가 꽤나 흥미로웠던 터라, 이번 권에서도 나카지마 요코의 이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의외로 이번 권은 경국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물론 경 태보 게이키가 주요인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태국과 태 태보 다이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태 태보 다이키는 아직 태어나기 전, 난과 시절 식에 쓸려 봉래(일본)에 떨어지게 된다. 봉래에서 태과로 태어난 다이키는 그 곳에서 10년을 보내다가 엔키 등의 도움으로 겨우 겨우 봉산으로 돌아오게 되고, 거기에서부터 남들보다 10년 늦은 기린 생활을 시작해나간다. 봉산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져갈 무렵, 기린으로서의 숙명인 '왕 선택'의 날짜가 다가오고, 그는 당시 대국 금군의 장군 교소를 왕으로 선택한다. 자신이 받은 것이 천계인지를 몰랐던 다이키는 자신이 위왕을 선택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엔키와 게이키의 도움으로 자신이 교소를 선택한 것이 천계에 의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교소는 즉위식을 통해 태왕에 오른다.

 

1.

   앞서 말한 것처럼, 사실 나카지마 요코의 이야기를 기대했기 때문에 조금 당황스러운 이야기이기도 했다. 나카지마 요코는 커녕 경국 이야기 자체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물론 1부를 읽으면서 나왔던 '역사' 속의 이야기가 조금 나오는데, 바로 게이키가 택한 여왕이 정무를 내팽겨치고 있다던가 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앞서서 그 여왕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가를 기억한다면, 다이키와 보낸 시간이 어떤 의미에서는 경국과 경왕에게 비극적인 사태를 가져다준 셈이다.

 

   이런 이야기는 여전히 흥미롭지만, 어디까지나 2부의 주인공은 대국, 태왕, 태 태보 다이키다. 그렇게 본다면, 아무래도 이번 권은 일종의 외전이라고 보는게 옳을듯 하다. 그리고 십이국기가 하나의 역사서처럼 흘러가고 있다는 점, 서술 곳곳에 사서의 분위기를 드러낸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충 느낌이 온다. 마치 실록의 부록편같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첫 번째 권에서 가볍게 언급만 되었던 '대국의 왕과 기린이 실종되었다'라는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게되는 계기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아마도 비극적인 결말을 맞을 것으로 보이는 태왕과 다이키에게 묵념.. 왠지 다 읽고 나니 다이키의 인생을 함께한 것만 같아서 그런 결말이 기다린다는 점이 씁쓸하기 그지없다.

 

2.

   1부 서평에서도 언급했던 이야기이지만, 십이국기는 심리묘사에 주력하고 있는 판타지 소설이다. 예컨대 온갖 칼질과 무예가 난무했던 1부에서도 그런 전투의 묘사에 치중하기 보다는 그러한 사태를 맞은 요코의 심정과 그 이후로 붕괴되어가는 자존감 등을 그리는데 주력했다. 이번 권에서는 그런 전투묘사 자체가 없기는 하지만, 여전히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주력한다. 1부가 요코의 타인에 대한 믿음의 문제와 자신이 경왕에 적합한 인물인가에 관한 문제를 다뤘다고 한다면, 2부는 아예 대놓고 '자격'의 문제를 다룬다.

 

   2부는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이 기린의 위치에 걸맞는 인물인가, 기린으로서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주인공인 다이키는 성격이 요코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자존감이 부족하고 섬세한 편으로 그려진다. 그런 다이키가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해가며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극적인 순간에 기린으로서의 본성을 깨닫는데, 그런 점에서 결국 1부와 마찬가지로 2부 역시 다이키의 성장담, 성장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즉, 자신이 품어왔던, "나는 기린에 걸맞는가?"에 관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이 소설의 80%를 차지하는 셈이다.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자신이 교소를 정말 제대로 선택한 것인가, 자신이 선택한 것이 가짜 왕(위왕, 僞王)을 택한 것은 아닌가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사실 이야기의 중심은 아니고 후일담같은 이야기다. 엔키와 게이키를 통해 자신이 택한 교소가 진짜 왕임을 확인하는 부분인데 두 기린이 연왕에게 너무 심하다고 혼내는 장면은 줄곧 유지해왔던 진지한 분위기와 대비되어 피식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여튼... 기린들은 왤케 다 귀여운거람...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이미지 맵

    서평/소설 다른 글

    댓글 1

    *

    *

    이전 글

    다음 글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