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

 

 

#0.

   2002년 6월, 대한민국이 월드컵으로 시끌시끌 했을 때 있었던 연평해전을 다룬 영화. 크라우드 펀딩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고 그것도 꽤 된 일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렇게 보면 꽤 힘들게 나온 영화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나왔을 때부터 언젠가 한 번 보러 가야겠다 싶었는데, 얼마전에 기회가 되서 메가박스 New M관에서 볼 수 있었다. 일단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본 특별관인데(애초에 1년 정도밖에 안된 신대 New M관이 순천에 최초이자 유일한 특별관이기도 하고) 특별관이 좋긴 좋음. 물론 특별관 그 자체보다도 신대 메가박스 자체가 건물을 굉장히 잘 지었다.

 

#1.

   영화는 우리가 예상하는 대로 흘러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가진 숙명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비교적 각색도 적은 편으로 보이는데, 덕분에 결말이 어떻게 날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일 거다. 처음, 윤영하 대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시큰해지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의무병으로 새로 전입온 주인공 박동혁 상병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하기 그지없는 것은. 영화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담담한 앵글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휴먼 감동 실화"라는 이름을 붙인 것과 달리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무리하게 당시 정권에 대한 비판을 밀어넣었지만, 쌩뚱맞기만 하다. 그것도 거의 지나가는 장면 정도다. 그 누구도 격하게 분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외라고 할 정도로.

 

   이는 해군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해군의 비실전적인 교전수칙과, 대남 위협을 인지하고도 월드컵이라는 이유로 선제공격을 금지 지시를 내리는 등 부당한 지휘와 지시, 상황이 계속되지만, 영화는 그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지 않는다. 굳이 말한다면, "이랬더라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을 슬쩍 내비치는 정도다. 이해도 간다.. 이 영화는 대한민국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영화다. 해군을 강하게 비판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 그렇지만, 그런 소위 어른의 사정이 개입되었든, 아니든간에, 영화는 생각 이상으로 담담한 분위기를 끝까지 끌고간다.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전우가 죽어가는 모습과, 그들을 살리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故 박동혁 상병(의무병)과, 심한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자신의 부하들을 우선시하는 故 윤영하 대위의 모습을 느린 속도로 비춘다. 거기에는 북한군의 선박도 마찬가지다. 정작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연평해전의 의도와 무관했던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서로에게 포를 겨누고, 총구를 겨눈다. 애써 담담한 분위기를 유지해왔던 영화이기에, 그렇게 격정적인 장면이 아님에도 왈칵, 눈물을 쏟게 하는 것이다.

 

#2.

   이 영화는 죄책감을 강요하는가? 영화는 연평해전과 월드컵을 묶어서 보여준다. 포탄과 총탄이 빗발치는 바다와, 월드컵을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여기에는 어떤 의도가 있었을까. 단순히 월드컵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연평해전의 모습을 강조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지막, 시나리오에는 없었다가 감독이 갑자기 끼워넣었다는 故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 소식을 카메라에 담음으로써, 이는 명백하게 죄책감을 강요하게 된다. 아마도 감독의 의도는 故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었겠지만, 앞서 계속 반복되었던 월드컵 장면들과 연결되면서 이는 국민들이 월드컵을 즐기고 있는 동안, 대한민국 해군은 피를 흘렸다라는 '사실'에 죄책감을 얹는다. 그런 의미에서 연평해전은 불편한 영화일 수도 있다.

 

#3.

   영화는 숙명적으로 애국주의적 코드를 가지고 있다. 분단된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북한의 도발에 맞서싸우며 죽어가고 다친 대한민국 용사들의 모습. 이는 지극히 애국주의적이다. 그리고 동시에 보수적으로 흘러가기 쉬운 소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의외로 영화는 마지막에 김대중 대통령 장면만을 제외한다면 이런 정치적 코드를 전혀 내비치지 않는다. 애국은 보수와 진보, 어느 한 쪽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부 사람들이 연평해전을 애국주의적이고 보수주의적인 코드로 무장한 영화라며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북한의 도발에 맞서 싸우는 대한민국 정부나 대한민국에 주목하는 것도 아니고, 기습을 가한 북한에 대한 묘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철저하게 당시 전투에 참여했던 부대원들에게 주목한다. 따라서 어디까지나 이 영화는 애국주의적이면서도 나라를 위해 헌신한 참수리 357정의 용사들을 기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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