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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익숙한 곳을 떠난다는 것은 항상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은 떠남 또는 이별에 익숙하지 못하다. 비록 내향적인 성격 덕분에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지만, 한 번 친해진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이나 그리움은 남못지 않다. 그게 비록 직업적인 관계에서 맺어진 것이라고 해도 그렇다. 1년여를 아르바이트하던 학원을 그만뒀다. 같은 간판을 걸고 있는 다른 지역의 학원으로 옮기게 됐다. 학원의 구조가 조금 특이해서, 나와 함께 한 시간들도 친한 정도도 제각각이다. 그렇지만 모두에게 아쉽다. 사실은 계획치 않던 갑작스런 이동이었고, 조금 더 많은 것을 해주려던 찰나였다. 어쨌든 내가 을이니 옮겨가야했다.

 

#2.

   익숙했던 전투복을 벗었다. 이제 한동안 입을 일이 없는 옷. 전날 밤, 이제는 반납해야할 전투복을 깔끔하게 개어 더플백에 집어넣는다. 입을 전투복을 가다듬는다. 미리 예비군 마크를 쳐놓은 옷을 한 번 입어본다. 한 번도 입은 적이 없는 전투복은 뻣뻣하기 그지없다. 새 전투복을 입으면서, 살에 닿은 부분이 쓸려 시뻘겋게 붓는다. 익숙했던 옷, 익숙했던 생활. 내 인생에 또 하나의 장소와, 또 하나의 사람과, 그리고 그 모든 또 하나의 일상과의 이별. 그리고 새 전투복마냥 또 다시, 익숙하지만 어색한, 새롭지만 익숙한, 2년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또 다시 시뻘겋게 붓지 않고 잘 견뎌낼 수 있을까.

 

#3.

   이별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전역, 또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는 것처럼 인위적이고 어쩔 수 없게 헤어지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사이가 식어가기도 한다. 그런 이별이 가지는 의미 중 하나는 내가 이 곳에서 얼마나 잘 생활해왔는가의 평가이고, 나에게 있어서 이 곳은 어떤 곳이었는가에 대한 정리의 순간이다. 이 학원은, 이 부대는 나에게 어떤 의미였나. 나는 이 곳에서 어떤 사람으로 변해갔고, 어떤 생활을 하게되었는가. 군대라는 조직과 장소의 특성 상 나에게 있었던 변화는 대학에 막 들어갔을 때보다 훨씬 더 컸다.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아르바이트도 마찬가지였다.

 

   이 나이에 인생의 2막이니 하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은 분명하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익숙한 것으로부터 떨어져있는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힘들었지만 동시에 여러가지로 신선하기도 했다. 꿈이 바뀌었고, 인생관이 바뀌었다. 새로운 길을 걷기로 했다. 어떤 인생이 기다릴까. 새로운 생활의 시작은 항상 설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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