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포비아(2015)

 

 

0.

   SNS는 시간낭비, 인생낭비인가? 숱한 사람들이 SNS에 대해 경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인터넷에선 아마 제일 유명한 사람이 퍼거슨 경인가 보다) 사람들은 왜 SNS를 놓지 못하는가? 왜 사람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열광하고, 자진해서 자신의 신상정보를 까발리고 있는 것일까?

 

   나 역시도 인터넷에서 많은 SNS를 거쳐갔고, 지금까지 가장 열심히 했던건 트위터고 가장 오래한건 아마 페이스북일 것이다. 나는 무엇때문에 SNS에 열광했을까? SNS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크게 분류하자면 두 부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SNS에서 스타가 되는 사람들이고, 또 한 부류는 SNS에서 그냥 잡담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전자는 SNS에서 스타가 되고, 더 많은 팔로우/RT/좋아요를 갈구하면서 SNS 상의 또 하나의 나 자신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후자는 그저 SNS를 메신저의 확장된 형태로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떤 것이 SNS의 정의에 잘 맞든지간에, 수로만 본다면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당연하고 나 역시도 후자에 속하는 사용자였다.

 

1.

   인터넷에서 마녀사냥의 역사는 길다. 굳이 SNS가 대두되기 전부터 흔히 있었던 일이다. 예컨대 이 영화에서도 언급하고 있는 '도더리 사건'(또는 프리게이트 사건)을 보자. 사건의 배경은 나무위키를 참고한다면 2006년이며, 이는 아직 SNS가 이렇게 성장하기 전의 일이다. 그 때 마녀사냥, 신상털이의 상징과도 같은 곳은 디씨인사이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와 떨어트려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자진해서 자신의 개인정보, 사생활을 인터넷에 올리는 판이 되고 있는 SNS 덕분에 이러한 신상털이가 더욱 쉽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녀사냥에는 여러가지 심리가 담겨있을 것이다. 행정적인 이유에서든 어떤 이유에서든지간에 인터넷에서 일어난 일로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경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합법적인 틀 안에서는) 거의 없다는 것에 대한 허망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징벌하고 싶은 소망. 인터넷과 SNS의 발전은 이러한 이들에게 새로운 무기를 쥐어주었는데, 바로 상대방의 신상을 까발리고 '조리돌림'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꽤 오래전부터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어왔고 최근에 와서는 실제로 명예훼손죄로 고소가 진행되는 등의 사례가 있어 비교적 잠잠해졌지만 아직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기도 하다.

 

   이러한 마녀사냥은 옳은가? 나는 오래전부터 '네티즌 수사대'를 자칭하며 신상을 터는 행위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오곤 했는데, 거기엔 2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이 '소셜포비아'에서 볼 수 있듯이 개인이든, 그러한 개인 몇 명이 모여 작은 소규모 집단을 만들든지간에 어떠한 사건에서 명확하게 사건의 전말을 판단하는 것은 일반인에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이다. 하물며 흥분하여 상대방에게 적대적인 태도로 '수사'를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또다른 이유는,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잘못된 피해자'를 낳는다는 점이다. 이 영화 속에서 민하영은 그런 잘못된 피해자였으며 결국 그녀는 죽음에 이른다. 피해자가 이미 죽어버린 뒤에 "아니었어? 그럼 말고..."하는 태도는 무책임을 넘어서서 잔인하다고 일컬어도 될 정도다. 어디까지나 이러한 행위는 현대 사회에서 엄격히 금지된 사적처벌에 불과하다.

 

2.

   왜 처벌받는 것은 용민뿐일까. 생각해보면 이 영화속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어딘가 한 군데씩 어긋나있다. 그나마 좀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지웅도 결국 자신의 재미를 위해서 '현피'에 가까운 행위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결코 정상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웅은 이 영화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쉽게 가해자가 되고 얼마나 쉽게 인지부조화에 빠지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신들이 죽음에 이르게 해놓고 끝까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그들의 모습은 짠하기까지 하다.

 

   영화에서 피해자인 민하영도 결코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민하영은 전형적인 "현실세계에서의 결핍을 인터넷에서 해소하는" 사람이다. 그녀의 사건을 추적하면서 지웅과 용민이 도착한 대학에서 민하영의 동기가 해주는 말은 그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다른 사람의 작품에 대해 직설적이고 강한 어조로 비판하면서 자신의 작품은 단 한번도 제대로 쓴 적이 없었다. 그녀의 동기는 그녀를 "에고는 있지만 그걸 지탱할 알맹이는 없다"라고 표현한다. 한마디로, 자신이 다른 사람들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면서 그들에게 요구했던 수준의 글을 자신도 쓰지 못했던 것 같다. 그녀의 공격적인 비평과, 그러면서도 자신의 작품은 단 한편도 보여주지 않는 모순은 그녀를 궁지에 몰리게 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레나'라는 가면을 쓰고 비평할 수 있게 해주는 세계를 찾아 떠났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 민하영의 죽음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는 누구일까.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는 용민이 잘못한 것이 맞다. 그러나 인터넷 방송 BJ 역할로 나오는 양게와 그의 이 '원정대' 방송에 열광했던 시청자들 역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그들은 비웃지만, 결과적으로 보건대 용민까지 죽음에 이르게 할 뻔 했다. 민하영을 통해서 한 번 크게 사고를 치고도 다시 한 번 누군가를 찾아 궁지에 몰아세우는 것을 자신의 방송소재로 삼는다는 점에서 양게는 오히려 더 악질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용민은 자신의 잘못에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용민은 이 '원정대'에 속해있었던 모든 이들의 죄를 떠안은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러한 장면은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3.

   영화는 지극히 사회적이다. 영화는 분명한 플롯과 스토리의 흐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긴장의 호흡을 적절하게 조절하면서도 사회적인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많은 영화와 소설들이, 사회파 또는 사회적인 무언가를 표방하면서 이야기를 산으로 보내버리는 것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꺼림칙할 정도로 분명한 메시지와, 묘하게 추리/스릴러같은 이야기의 흐름이 적절하게 버무려져 있다. 거기에는 다른 추리물이나 스릴러물과는 다르게, 충분히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주효하다. 우리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수많은 사건에서, 방관자이든 직접 뛰어드는 사람이든간에 그러한 사건에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다. 의견 표명은 쉽게 비판이 되고 비판은 쉽게 비난이, 비난은 다시 손쉽게 인신공격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뜻하지 않게 가해자의 위치에 서게된다. 우리모두 결백하지 않다. 인터넷 속에서, 이러한 문제로부터 완전히 결백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다.

 

   이 영화의 제목은 '소셜포비아(Socialphobia)'다. 완전히 직역할 마땅한 단어는 없다. 적당히 옮기자면 소셜 공포증이다. SNS는 사람들에게 많은걸 줬다. 즐거움. 소일거리. 새로운 직업. 새로운 소통.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의 교류. 그리고 새로운 종류의 긴장, 다툼, 상호비방과 분쟁, 갈등. 이미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소셜'적인 의미에서 번아웃 상태다. 완전히 소진된 상태다. 자신도 모르게 SNS에 접속하지만, 그 SNS에서 오히려 상처를 받고 나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추세다. 그런 소셜에서 우리는 탈출할 수 있을까. 우리는 소셜을 '공포'의 대상으로 직시할 수 있을까. SNS가 사회적으로 대인관계의 피로를 가중시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거기에서 헤어나오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소셜포비아'가 된 사람은 없다. 양게는 방송을 계속하고, 원정대는 용민이라는 희생양을 네티즌들에게 던져주고 자기 자신에게 면죄부를 준다. 필시 그들은 다시 SNS로, 인터넷 어딘가의 댓글로 돌아올 것이다. 지웅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는 어떤가. 물론 SNS가 반드시 탈출해야하는 곳은 아니다. 그렇지만 SNS에서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가해자가 된다. 그리고 너무나도 쉽게 피해자가 된다. 비난하고 비난받기는 쉽지만, 사과하고 사과받는 것은 쉽지 않다. 사과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사과받고 싶어하는 이들도 너무나 많은데 그들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또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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