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뢰한(2015)

 

 

 

   CGV를 갔다. 5월 한국 영화 Big3라고 써진 종이를 받았다. ≪간신≫, ≪무뢰한≫, ≪악의 연대기≫ 등의 영화가 쭉 나열되어 있었다. 아, 그래, 안그래도 우리 무뢰한 보러왔어요, 라고 말해주고 싶은 심정. 간신은 저번에 봤고, 악의 연대기는 기회가 닿는다면 꼭 보고 싶고. 내 경험상 대개 빅3라고 부르는 종류는 그 기대를 충족시켜지 못하는 것 같지만(예컨대 대한민국 MMORPG 빅3라 불렸던 그라나도 에스파다, SUN, Zera처럼!), 그래도 무뢰한은 꼭 보고 싶었던 영화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표를 끊었다. 간신에 이어 2번째. 최근에 본 영화로는 세 번째다. 영화관마다 다르지만 이제 영화도 부담없이 볼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은 아니다. 6,000원에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많은 영화가 보고 싶었을 뿐이다.

 

   사실 ≪무뢰한≫을 고른 결정적인 이유는 박성웅이었다. 생각보다 영화에서의 비중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이번에도 악역 아닌 악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특유의 눈매와 자세에서 나오는 느낌은 역시나 예사롭지가 않다. 내가 기대했던 박성웅의 모습 그대로였다. 영화에서는 거의 스쳐지나가는 인물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범죄자 역할이지만, 이야기에서 이 남자는 중요하지 않다. 철저하게 김혜경과 정재곤, 둘에게만 주목하는 영화다. 영화의 스토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시작은 거짓이었다"라는 홍보 문구 그대로다. 살인범 박준길을 검거하기 위해 형사인 정재곤이 박준길의 연인인 김혜경에게 접근해 정보를 얻어내려하지만, 그 과정에서 거짓이었던 마음이 진짜가 되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다지 희귀하다거나 참신한 주제는 아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다르다. 영화의 감정선은 굉장히 끈적거린다. 텁텁하다. 뭔가 밟아선 안될 것을 밟은듯한, 깨끗이 씻어내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감정의 잔유물이 너무 많다. 어느 커뮤니티에서 보니 "하루종일 머리를 아프게 했던 영화"라는 평가가 있었다. 잘 어울리는 말이다. 텁텁하고 끈덕지게 달라붙는 감정의 잔유물은 적어도 하루는 관객의 머릿속에서 남아있다. 나는 17시에 봤지만, 너무 이른 시간에 봐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 ≪간신≫이 메스꺼운 종류의 영화였다고 한다면, 이 영화는 지끈거리는 영화다. 두통이 이는 것 같은 느낌의 영화다.

 

   영화는 우울한 분위기가 가시질 않는다. 그렇지만 막바지에 이르면 그 우울함은 절정에 달한다. 씁쓸한 결말. 정재곤의 이 '검거작전'은 셋 모두를 비극에 빠트린다. 정재곤은 김혜경을 사랑했지만, 그래서 마지막까지 진심어린 말을 건네지만, 결국 얻지 못했다. 박준길은 죽었다. 김혜경은 연인은 죽고, 정재곤에게는 복수심만이 남았다. 취조실에서 "진짜 이름이 뭐냐"고 묻는 김혜경의 한마디에는 날선 비난이 담겨있다. 결국 영화의 말미, 김혜경은 무엇에대한 복수심인지 모를, 복잡한 감정에 빠져 결국 정재곤에게 칼을 겨눈다. 칼에 찔린 정재곤은 김혜경에게 욕지거리와 함께 "새해는 복 많이 받으라"고 말한다. 이 장면이, 이 영화의 끝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회색빛, 아스팔트같은 분위기로 진행된다. 행복해보이는 연인의 모습도 밝지 못하다. 서로에 대한 집착과 불신과 거짓. "예의와 염치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의 ≪무뢰한≫은 누구를 겨냥한 말일까. 아마도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못할게 없다는 정재곤을 향한 말이지 않을까.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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