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자와 호노부, 멀리 돌아가는 히나

 

1.

    제가 이 시리즈를 읽기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정발된 고전부 시리즈는 여기까지였습니다. 4권, 멀리돌아가는 히나입니다. 그리고 어쩌나 하고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다섯 번째 권인 '두 사람의 거리추정'이 뙇. 당.. 당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연애담으로 넘어가고 있는 이상 다음 권을 읽지 않을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비슷한 종류의 책에서 얼마전에도 비슷한 소리를 했던 것 같은데..? 그 때와 비슷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이번에도 멀리 돌아가는 히나, 까지가 애니메이션화된 작품입니다.

 

2.

   이번 작품은 앞의 세권과 달리 장편소설이 아닌 단편집입니다. 단편 소설 7개를 모아 만든 것으로, 각각의 제목은 "해야할 일은 간략하게", "대죄를 짓다", "정체 알고 보니", "기억이 있는 자는", "새해 문 많이 열려라", "수제 초콜릿 사건", "멀리 돌아가는 히나".

 

2-1. 해야할 일은 간략하게

   오레키 호타로의 생활 신조입니다. "안 해도 되는 일은 안 한다. 해야 하는 일은 간략하게." 시작부터 그런 자신의 신조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시작하지만, 결국 지탄다 에루에 의해 그 생활신조 자체를 뿌리부터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네요. 음악실 괴담에 관심을 가졌을게 뻔한 지탄다 에루와 겪어야 할 일을 간단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다른 일인 '무당거미 클럽'의 모집 광고를 조작으로 만들어내서 지탄다 에루의 호기심을 돌려놓는다는 이야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쪽이 노력이 배로 드는 것 같은 것은 제 착각일 뿐일까요...

 

2-2. 대죄를 짓다

   지탄다 에루가 수학시간에 화를 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화를 낸 이유는 간단한데, 수학교사 오미치가 자신이 진도를 잘못 파악하고서 학생들에게 맹비난을 쏟아부은 것에 대해서 지탄다 에루가 화를 냈던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 지탄다 에루를 바라보는 오레키 호타로의 마음이 살짝 엿보이는데, 다음 대목에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그래. 지탄다의 행동은 목적이 분명한 만큼 이따금 예측가능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속마음까지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거다. 대죄를 짓는 것이다. '교만'이다. 삼갈 일이다, 삼갈 일.

 

   사실 굳이 번거롭게 무당거미 클럽 이야기까지 늘어놔야했던 '해야할 일은 간략하게'에서도 지탄다 에루가 오레키 호타로에게 미친 영향을 잘 보여주지만, 이번에는 아예 오레키 호타로 본인이 여러모로 신경쓰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제목의 말뜻도 저기서 나온 '일곱가지 대죄'입니다.

 

2-3. 정체 알고 보니

   고전부가 온천합숙에 가서, 이바라의 친척 자매인 리에과 가요를 만나서 겪는 이야기. 그리고 그녀들을 보면서 지탄다 에루가 안타까워하는 이야깁니다. 서로 유카타도 빌려입지 못할 사이라면 그게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하고 탄식하는데.. 남매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성별에 무관하게 원래 형제라는게 그런 법이죠.. 제목의 말뜻은 온천에서 고전부가 풀어내는 사건인 '목매달린 그림자'의 정체를 알고 보니, 라는 뜻.

 

2-4. 기억이 있는 자는

   갑자기 다음과 같은 방송이 흘러나옵니다.

 

10월 31일, 역 앞 고분도에서 물건을 산 기억이 있는 자는 지금 즉시 교무실 시바자키한테 와라.

 

   이 이야기를 가지고 프로파일링을 하듯 "산 기억이 있는 자"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찾아 나선다기 보다는 일종의 게임을 하는 이야기. 지탄다 에루는 오레키 호타로의 뛰어난 추리력을 칭찬하고, 호타로는 그것이 그저 운의 결과일 뿐이라며 그걸 보여주겠다고 시작한 게임인데 결국 오레키 호타로는 보기좋게 X의 사연을 맞춰냅니다. 이 정도면 추리가 아니라 신기아닌가 신기..

 

2-5. 새해 문 많이 열려라

   표제작이기도 한 '멀리돌아가는 히나'와 함께 책을 지탄다 에루와 오레키 호타로의 연애담으로 바꿔놓는 에피소드입니다. 신사에 새해 인사를 올리러 갔다가 단둘이 신사의 창고에 갇히게 되고,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여러가지를 하면서 둘이 겪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부터 플래그는 서기 시작했다...

 

2-6. 수제 초콜릿 사건

   잠시 쉬어가는 시간? 이야기가 계속 지탄다 에루와 오레키 호타로에게 집중이 되서 요네자와 호노부가 나머지 사람들에게 미안하기라도 했던건지. 수제 초콜릿 사건은 이바라와 사토시의 관계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둘 다 마음은 있다, 뭐 정리하자면 일종의 썸타는 관계 정도는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러니까 이바라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는게 사토시에게 그저 이바라에 대한 마음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는 이야깁니다. 실제로 읽어보면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

 

2-7. 멀리 돌아가는 히나

   이번 권의 표제작. 산 히나인형 역할을 맡은 지탄다 에루와, 그 에루를 따라다니면서 우산을 씌워주는 역할을 맡게 된 오레키의 이야기입니다. 사건이라고 한다면 누가 다리의 공사를 재개시켰는가? 인데, 아예 여기서는 본격적으로 둘의 미래를 논하기 시작하면서 오레키 호타로와 지탄다 에루의 마음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는걸 잘 보여줍니다. 결국 이 편은 아예 대놓고 연애담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이야기인데, 단연 4권에서 으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히나 인형이라는 건 아래처럼 생긴 일본 전통 인형을 의미합니다.

 

By Nesnad,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세부적인 저작권 사항은 하단을 참고하세요.

 

 

3.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번 편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에 세 가지 의미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다음 권인 '두 사람의 거리추정'이 2학년으로 돌입한다는 설명으로 보아 일단 고전부 4인방이 함께 보낸 1학년을 마무리하는 권이죠. 실제로 두 사람의 거리추정의 줄거리를 대충 훑어보니 신입부원을 뽑는 것 같은데, 그럼 딱 여기까지가 4인방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동시에 그들의 파란만장했던 1학년 사이 사이의 이야기를 매꿔주는 깨알같은 단편으로 일종의 시퀄(어떤 이야기의 뒷이야기를 담은 것. 일종의 후일담?)을 본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물론 뒤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단순히 작품만 봐서는, 일단 요네자와 호노부가 장편이 아닌 단편이라는 새로운 포맷을 선택함으로써 본인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여러가지로 늘어놓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작가 본인이 직접 밝힌 바와 같이 이런저런 작품들의 오마쥬도 많고, 여러가지 트릭도 다채롭게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거죠.

 

   하지만 가장 큰 의미는 역시 오레키 호타로와 지탄다 에루의 연애담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답답할 정도로 진도가 안나갔는데(사실은 답답함도 없었던게 둘이 이어질거라는 어떤 티를 낸 적도 없었으니..) 갑자기 급전개. 물론 급전개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다시 과거로 돌아간 에피소드들이 사이 사이에 끼어 있어서, 결국 "1권에서 3권까지는 이야기 풀어내느라 말을 못했네요, 둘이 알콩달콩 잘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둘이 잘됐으면 좋겠네요! 제가 말할 것도 없이 그렇게 되겠지만.

 


 

[히나 인형 사진]은 CC BY-SA 3.0(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3.0)에 의해 배포된 것입니다. 원 저작자는 위키미디어 커먼스의 Nesnad입니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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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2

      • 마음에 쏙 드는 독서 후기였네요ㅎㅎ
        덕분에 한번 더 책에 대해 곱씹어볼 수있는 기회가 되어 너무 좋았습니다
        얼마전에 나온 '두 사람의 거리 추정'도 읽어보셨다면 어떤 감상을 받으셨는지 궁금하네요 ㅎ

      • 두사람의 거리추정은 아직 못읽었습니다. ㅠㅠ 읽는대로 서평 써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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