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



1.

   휴가 중에는 영화를 본다. 그런 의미에서 저번 휴가 때 순천CGV에서 킹스맨을 봤었는데, 사실은 부산 여행 중에 영화를 한 편 더 봤다. 말이 좋아 부산 여행이고 친구 보러 간 여행이었기 때문에 여행와서까지 영화?? 라는 느낌은 별로 없었고.. 사실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고 23시 넘어서 시작하는 심야로 봤기 때문에.. 어쨌든 CGV부산대에서 본 영화. 아무리 심야라지만 5천원이라니... 우리 학교 앞 CGV는 그렇게 싸게 보여주는거 없던데... 부럽다...


2.

   영화의 주인공은 이름으로만 들어봤던 앨런 튜링. 요즘은 영화를 보기 전에 미리 찾아보는 일이 별로 없는데(대개 영화보러 나가서 가는 길에 어플로 찾아보거나 하는 정도..) 이번에도 마찬가지라서 앨런 튜링에 관한 이야기라는 사실은 영화에 도착해서 티켓 발권까지 다 해놓고 나서 알았다. 말 그대로 그냥 요즘 인기 좋던데? 해서 고른 영화.. 그렇게 고른 영화 치고는(사실은 그런걸 고려하지 않더라도) 굉장히 괜찮은 영화였다. 앨런 튜링이라는 사람에 관해서는 이름은 몇 번 들어보긴 했지만 영화 한 편으로 왠지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알게된 것 같은 그런 설레발적인 느낌..


   영화 속에서 앨런 튜링은 엄청난 괴짜로 묘사되는데, 나타나는 행동을 볼 때 대인관계에 있어서 병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데(엔하위키에 따르면 아스퍼거 증후군을 묘사한 것이라고 함) 그가 아스퍼거 증후군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내 주변에 저런 인물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나 역시도 팀원들과 같은 눈으로 쳐다보지 않았을까 하는 느낌. 결국은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라는 것일까. 영화 속에서 같은 팀원들의 행동은 그에 대한 시기와 비슷한 종류의 것으로 그려지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을 때 그의 모든 것을 궤뚫어보고 친절하게 대해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3.

   영화 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일단 번역이 조금 엉성하다. 스탈린가드라는 표현은 당황스러울 정도였고, 히믈러라고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도 히틀러의 오역인지, 실재하는 히믈러라는 인물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래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겠다(나는 별로..).



   리처드 도킨스의 말처럼(만약 당신이 앨런 튜링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미테이션 게임>은 무시하십시오. 가장 훌륭한 평전은 수학자 앤드류 호지스의 'The Enigma'입니다), 영화적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 실제 앨런 튜링의 삶으로 뼈대를 부분 부분 세우고 그 뼈대들을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픽션으로 잇고 살을 붙였다는 느낌이라고 한다. 대체로 이런 영화는 갑론 을박에 휩싸이기 마련인데, 거기에는 원래 앨런 튜링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들과,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철저하게 사실에 기인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거기에 대한 답글로, 적어도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PPL은 될거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정답은 거기에 있다. 어쨌든 사람들이 앨런 튜링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그에 대해서 궁금해하게 되었으니까. 


   물론 왜곡된 영화에서 그친다면(사실 이 영화가 얼마나 왜곡이 심한지는 모르겠다. 리처드 도킨스의 말처럼 아예 통째로 '무시해야할' 정도일까?) 안되겠지만. 일단 찾아보니 여성에 대한 혐오가 굉장히 강했다는데 그러면 조안 클라크(키이라 나이틀리)는 뭐가 되는거람... 아, 그리고 자신의 첫사랑의 이름을 따 붙였던 '크리스토퍼'라는 이름도 픽션이라고 하니, 앤드류 호지스의 것이든 무엇이든간에 앨런 튜링의 실제 삶과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차이점을 찾는건 꽤나 재밌는 일이 될 것 같다(처음에 앨런 튜링의 집에 도둑이 들고 이 이로 인해 앨런 튜링의 동성애가 드러나 그가 잡혀가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건 실화라고 한다. 범인은 그가 함께 동거하던 남자가 연루되었던 범죄집단이었다고. 출처는 엔하위키).


4.

   영화에 대한 몰입도는 사실 굉장하고, 하루 종일 걸어서 돌아다니느라 피곤했던 몸을 이끌고 일 분도 졸지 않으면서 봤을 정도로 영화 자체는 훌륭한데, 조금 뜬금없다. 그도 그럴만한게, 처음 주제는 앨런 튜링에 관한 것이다가 갑자기 동성애자의 인권으로 넘어가는 마지막 자막이 조금 당황스럽다. 물론 앨런 튜링이라는 인물에 관해서 찾아보니 동성애자의 인권에 있어서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라는 사실은 알겠지만.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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