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맨(Kingsman, 2015)


1.

   오랜만에 휴가다. 휴가 때마다 영화 한 편씩을 챙겨보는건 습관 비슷하게 된 것 같다. 옛날에는 휴가 때는 무조건 무언가 의미있는걸 해야겠다는 강박에 가까운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이 없어지고나니 휴가가 오히려 좀 더 여유로워졌다. 그렇게 본 영화가 저번의 <강남1970>이었다. 그리고 이번 영화가 바로 킹스맨. 휴가 전부터 주변에서 재밌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기대하고 봤는데 대충 기대 수준에 맞는 영화가 나왔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감독이 약 한 번 제대로 빨고 만들었다는 평가가 많던데, 다 보고나서의 느낌도 딱 그렇다. 엽기적인 코드로 무장한 영화. 그게 킹스맨이다. 


   엽기적인 영화라고 한다면 대충 내 머릿속에서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 것 같다. 일본영화에서 가끔 보이는 광란적인 영화(대표작이라고 한다면 미나토 가나에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고백>)와 이 영화, 킹스맨처럼 잔인함을 완전히 덮을 서구적인 느낌의 영화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진지한 척 진지하지 못하다. 등장인물들은 다들 어딘가 하나씩 나사가 풀려있는 것 같고, 행동 하나하나가 관객의 웃음을 유도한다. 덕분에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스토리 자체에 비해서 훨씬 가벼워진다. 이것은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하다.


2.

   이런 덕분에 영화는 보는 내내 즐겁다. 잔인한 장면이 끊임없이 나오지만 동시에 위트, 유머러스함도 끊임이 없다. 둘이 번갈아가면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동시에 뿜어져나온다. 그리고 대개 이러한 유머러스함은 잔인함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한다. 시작부터 그런데, 사람 몸이 반쪽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하는데도 생각보다 그렇게 잔인하다, 역겹다는 느낌이 크게 들지는 않는다. 물론 이는 피가 튀지 않는 영화 특유의 연출 덕분이기도 하다. 모 커뮤니티에서 '아저씨 - 혈흔 = 킹스맨'이라는 말도 했는데(아마 스토리는 논외로 두고 연출 자체만을 의미하는 것 같다) 대충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3.

   영화의 스토리는 큰 개연성도 없고 큰 메시지도 없다. 전형적인 킬링타임 영화다. 영화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딱히 뽑아낼만한 내용이 없다는거다. 영화의 스토리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해서, 주인공이 킹스맨 면접을 보고 나중에는 킹스맨 비슷한 것(?)이 되서 세상을 구한다! 라는거다. 그래서 사실 스토리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은 없다. 그것보다 역시 이 영화를 보다보면 감독의 약 한 사발 드링킹 연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후반부에 사람들 머리가 터지면서 그걸 폭죽으로 대체한 장면은 유머러스를 넘어서서 살짝 역겹기까지 했는데, 한마디로 '너무 잔인한 장면을 너무 웃긴 것처럼 표현해서' 더 그렇다는 느낌도 강하다. 사실 영화에 전반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있어서 그 장면 직전까지는 즐겁게 봤는데 이 장면은 꽤 오랜 시간동안 나오는 장면인데다 그 찝찝한 느낌도 훨씬 강해서 순간 흠칫 할 정도였다.


   누군가가 킹스맨은 히어로물의 안티테제라는 말을 하던데,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안티테제고 뭐고 그런 어려운건 잘 모르겠다. 어쨌든 평범한 히어로물이 아니라는건 확시랗다. 일단 정의를 위해서 싸우는 것도 아니고 어떤 대의를 위한 것도 아니다. 마지막 스웨덴 공주와의 대화는 그런 느낌을 훨씬 강하게 만들어준다. 그런 의미에서는 안티테제일지도 모른다. 집이 엄청나게 부자라서 저는 취미로 히어로를 합니다같은 종류가 아니고서야 히어로에 한 몸 온전히 투신한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 것인가 궁금하기도 하다. 그 답이 킹스맨에는 있다. 여러분 히어로도 인간입니다, 히어로도 사람이에요하고 말해주는 것 같은 작품.


4.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다들 하는 생각인 것 같은데... 역시 남자는 수트간지.. 콜린 퍼스 수트간지는 자비가 없었다고 합니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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