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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나만의 컴퓨터를 써본 적이 없다. 물론 내가 컴퓨터를 비교적 잘 다루는 편이고(그렇다고 해서 전문적인 것도 뭣도 아니지만) 그래서 컴퓨터를 내 입맛에 최대한 끌어맞춰놓고 쓰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핸드폰이나 여타 기기와는 다르게 컴퓨터는 집안식구들과 모두 공유하다보니 애로사항이 많았다. 일단 내 입맛에 맞춰놓으면 그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간다는 점이 그랬다. 다른 하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 노트북을 나만의 노트처럼 쓰고 싶은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렇게 활용하기가 참 애매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 나는 전역할 때 노트북을 꼭 사야겠다.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그건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컴퓨터를 잡은지 10년이 좀 넘는 시간 동안 내게 있어서 일종의 소망 비슷한 것이었다.


2.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타협을 모르고, 돈도 없으면서 왕창 지르는 것은 또 좋아하는 그런 대책없는 사람이 아니던가. 그래서 내가 물색해본 모델들은 대개 하이엔드...까지는 아니더라도 플래그십 모델이었다. 예컨대,






   이런 녀석들이었다. 내 용도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노트북을 고르면서 한 생각은 하이엔드급(또는 그에 준하는).... 아니 어쨌든 엄처안게 높은 사양의 녀석을 하나 사서, 그 녀석을 오랫동안 잘 써먹자였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게 된 모델이 웃기게도 맥북프로 레티나 15인치 모델과, 컨셉이 완전히 다른 델 뉴 XPS13(2015) 모델이었다. 내가 맥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잘 쓸 자신도 크게 있는건 아니다, 그래서 델 XPS로 잠깐 선회했다가 그래도 역시 맥북프로가 사고 싶고 무엇보다도 15인치 레티나 모델의 저 짱짱한 사양이 탐난다, 그래서 또 맥프레로 돌아섰다가, 그런 종류의 방황의 연속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델 XPS13 15년식 모델처럼 얇은 베젤의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XPS15도 나온다는 루머가 계속 돌고 있는데, 저 녀석이 나오고 나서 다음 맥북 프로 레티나 15인치 모델이 나오면 그 때쯤에 맞춰 나도 하이엔드급 노트북을 하나 맞추려고 준비중이 있다. 왜냐, 나는 돈은 없어도 지름신은 있는 된장남이니까..


3.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순천에서 사는 동안은 서울에 비해 집이 좀 크다보니 노트북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거다. 뭔가 책상에 노트북 하나 딱 놓여있으면 책상 구도도 살아날 것 같고, 나 나름 블로거인데 역시 노트북 한 대쯤은 있어야하지 않겠나 싶고. 아마 노트북이 사고 싶으니 그에 맞춰 이유를 열심히 만들어낸 것일 게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차리고보니..







   지름신이 와 있었다! 물론 역설적이게도 내가 위에서 말했던, 돈은 줄게! 성능을 줘! 라는 종류의 노트북이 아니라, 정 반대로 성능따윈 필요 없어! 깎아줘! 하는 모델. 199달러 정가에, 이번에 149달러로 세일. 내가 산 다음날 OUT OF STOCK이 떴다. 지금에와서는 정확한 용도도 모르겠다. 내가 전자기기를 사면 대개 블로그와 그 교집합이 있는 녀석들인데, 사실 이 녀석도 머리로는 그래!! 이걸로 블로깅을 하는거야!! 파워풀한 블로거가 되겠어!!!!! 하는 느낌으로 산 거지만... 과연 현실은..


   덧붙이자면 지금 쓰고 있는 이 키보드도 그렇게 사서 정작 포스팅은 별로 안하고 썩히고 있다는게 함정.... 과연 내가 이 노트북(이라기보단 넷북)을 얼마나 잘 써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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