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1970



1.

   휴가 올라간 서울에서, 이번 휴가 때는 꼭 영화 한 편을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또 얼마전에 친구들과 함께 영화보러가서 예고편을 보고 꽤 괜찮겠다고 생각했던 강남1970을 봤다. 사실 나도 그다지 많은 정보를 가지고 본 영화는 아니었다. 이런 느낌의 영화일거라고 추측은 했지만, 예컨대 감독이 <비열한 거리>로 유명한 사람이었다거나, 이만큼이나 선정적이고 잔인한 씬이 넘쳐흐른다는 것은 예상치 못했다. 영화는 잔인하고 텁텁하다. 밝고 명랑하고.. 그런 종류의 감정과는 완전히 담을 쌓은 듯한 내용의 연속이다.


2.

   스토리는 매우 단순명료하다. 1970년대, 영등포의 동쪽이라 '영동'이라고 불리던 시절의 강남을 배경으로 그 '남서울'에 걸려있는 수많은 이권과 돈을 걸고 벌이는 권력자들 간의 다툼,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터지는 조폭들이다. 결국 둘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버린 종대와 용기, 그리고 결국 돌아선 그 둘이 모두 이용하던 권력자의 손에 죽는다는 스토리는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종대와 용기, 그리고 강길수의 삶은 너무나도 고달프다. 이런 종류의 여느 영화나 마찬가지지만 조폭들의 폭력이 정당화되고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그려짐과 동시에 '도를 넘은 폭력성'은 그러한 폭력에 생리적인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다. 결국 먹고 살기 위해서 시작했던(포스터에도 있는 것처럼, "사람처럼" 살아보겠다고 시작했던) 삶에 의해서 결국 파국을 맞은 둘의 모습은 씁쓸하다.


   영화 속의 1970년대 한국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큰 빈부격차. 누구는 다리 밑에서 넝마를 줍고, 누구는 바에서 비싼 양주를 먹으며 노는 그런 시대. 아마 지금도 그다지 많이 변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런 시대에 종대와 용기는 폭력을 강요받고 폭력배가 된다. 사실 여부와는 무관하게 영화는 그런 관점에서 종대와 용기의 변화를 관찰하고 묘사한다. 그렇게 폭력을 강요받고 그 폭력 자체가 된 둘은 결국 폭력 위의 '권력'에 의해 완전히 말살된다. 여느 영화처럼 정치권력을 폭력 위에 두고, 폭력배는 결국 이용당하다 죽는 입장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이 영화 속에서의 권력은 다른 영화 이상으로 폭력과 잘 녹아들어있다. 폭력배가 권력자가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권력자 역시 폭력 그 자체다. 그게 바로 이 영화다. 이 영화속의 1970년대는 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3.

   기본적으로 영화의 느낌은 신세계의 그것을 극도로 선정적이고 잔인하게 다듬은듯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신세계가 현재를 배경으로, 현대적인 느낌과 나름 유머러스한 장면을 잘 섞어넣었던 반면에 강남1970은 그저 잔인하고, 피튀기고, 선정적이다.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조금은 다듬어지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아니, 아마 다듬어지지 못했다기 보다는 다듬지 않은 종류의 영화일 것이다. 그 폭력성과 선정성이 이 영화의 세일즈포인트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도를 넘었다는 느낌을 지우가가 어렵다.


   한마디로 폭력이 판을 치는 영화다. 폭력1970이라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다. 이 종류에 면역이 없다면 보기 힘들 정도로 폭력적인 장면이 잦다. 영화 중반부를 넘어서는 때면 이미 '도'를 넘는다. 도대체 이 씬에서 이 장면은 왜 넣었나 싶을 정도로 폭력을 과시한다. 이야기 진행에 불필요한데도, 그저 폭력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어째서인지 폭력적인 장면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말만 하면 도끼로 찍어버리고, 뭐만 하면 칼로 찔러버리니 이거 원, 감정이 쉬어갈 틈이 없다. 아니, 오히려 그래서 감정이 더 식는 느낌도 있다. 어떤 감정이 자리를 잡을 틈도 없이 피튀기는 장면이 나오고 현실성이, 감정의 여운이 깨끗이 씻겨나간다. 영화의 특성이겠으나 조금 더 다듬었더라면 더 좋은 영화가 되었을거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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