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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가벼운 이야기

2014년 정리

소민(素旼) 2015.01.02 19:41

0.

 평상시에는 안하던 0번을 넣어보자. 원래는 어제 쓰려고 했던 글이다. 어제는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결국 3년 연속 신년 00:00을 잠과 함께 했다..


1.

 독서 - 몇가지 결산을 해보고 싶어서 하려고 하려고 하다가 계속 때를 놓쳤다. 그러다가 드디어 한다. 올해도 옆에 멋드러지게 "올해의 주인장은 얼마나 즐겼나!"를 만들었지만 별로 의미가 없어서리... 그래도 12월 말에 읽은 책을 정리하면서 만든 엑셀 파일을 보니 조금은 더 정리를 해두고 싶다. 일단 이야기가 나왔으니 독서목록부터 보고 가자면.



 연말에 만든거라서 사실 빠진 책도 상당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쨌든 대충 30여권의 책을 읽었다. 전반기에는 연초를 제외하고는 정신없이 바빠서 다시 책에 열중한건 후반기 쯤부터였다. 그래서 사실 권수로는 그다지 많지도 않고 전체에서 8할 정도를 소설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편중된 독서편력을 그대로 증명하는 것만 같다. 대다수의 책의 서평은 블로그에 꼬박 꼬박 올렸지만 올리지 못한 책도 드문 드문 있다. 저 수많은 책들 중에 의미있는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백년법>이다. 6페이지에 걸친 비평문을 썼고, 그걸 서강대학교 청년문학상에 제출했다. 그리고 나서 많이 다듬어서 부대에도 제출했는데 부대에서는 떨어지고 서강대 청년문학상에서는 가작에 당선됐다. 내 글이지만 글의 완성도든 짜임새든 두 번째 글이 훨씬 좋았다고 생각되는데 기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생각해보면 사실 그다지 기묘할 뭣도 없는 이야기긴 하지만..).


 읽다가 때려친 책도 꽤나 많은데 대표적으로는 학교에서 국정론 교재로 사용되는 조지프 나이 교수의 <국제분쟁의 이해>다. 역시 전공교재를 혼자서 독서하듯이 읽어보겠다는 내 패기가 미스였던걸까... 어쨌든 한달에 2권은 넘게(오히려 3권에 가깝게) 책을 읽은 셈이니 적게 읽었다고 자평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서평블로그를 지향하고 있는 입장에서 보자면 올해 독서는 거의 망했다...는 수준인 것 같다.


2.

 아르바이트 - 그리고 올해는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한 해이기도 했다. 반년 정도 아르바이트에 몸을 던졌다. 과외에 학원까지 정말 열심히 했는데... 지금에 와서 그 모든걸 그만둬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래도 한달에 100 가까운 돈을 벌면서 씀씀이도 꽤 헤퍼졌던 것 같다. 슬슬 수입도 줄어들테니 그 씀씀이를 줄여줘야할텐데 가능할까..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지른 것도 많았는데, 대충 기억에 남는 것만이라도 정리해보자면


기계식키보드/FC300R Brown(갈축)

기계식키보드/FC900R Black(흑축)

스마트폰/Galaxy S4 LTE-A Black

태블릿/Apple iPad Air(1세대) 32G/Silver

스마트폰/Oneplus One 64G

SSD/Samsung 850 PRO 256G

이어폰/Sony XBA-10

카메라/Sony DSC-RX100M2

플래너/Moleskine Daily Planner, Large


 SSD같은 경우는 내가 절반만 부담하긴 했지만 어쨌든 지름의 총합이 200에 육박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구매... 그리고 딱 봐도 알겠지만 절대 다수의 돈이 전자기기나 그 부속에 투자된게 함정이다. 저것만 아니었으면 은행 예금액이 지금과는 스케일이 달랐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다들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으니 괜찮다. 어쨌든 내년부터는 복학도 준비해야하니 일상 속에서 쓸 돈도 더 많아질 것 같고... 여행도 한차례 계획하고 있어서 이제부터는 그냥 무작정 아껴야됨... 망했다... 사실 대학원 학비를 미리 모아보는게 아르바이트 시작의 요점이었는데 그래도 씀씀이가 헤퍼지는건 어쩔 수가 없었다.


3.

 그래서 작년은 - 의미깊은 해였으리라 생각되는 14년은,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많은 일이 있었다. 13년 4월쯤부터 시작된 고민은 물론 15년이 밝은 지금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채로 1년을 보냈다. 조금씩 원인을 찾아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여전히 해결의 속도는 느리고 답답하다. 많은 것을 쓰고 많은 것을 읽으려고 노력했던 후반기와, 업무에 파묻혀 살았던 전반기는 대조를 이룬다. 뭔가 복잡한 한 해였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신분으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일상을 보냈다.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많은 해였다. 어리버리했던 전반기와 혼자 업무를 다 떠안은 후반기, 극과 극을 달리는 생활이었다(라고 하기에는, 생각해보면 업무를 다 떠안은건 2월부터였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렇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아르바이트의 여파가 가장 클 것이고 아르바이트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에 대한 회의감을 떠안게 되기도 했고, 동시에 그에 대한 환상을 더욱 더 키우기도 했다. 이러한 지금의 기억들, 경험들, 그리고 시간들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역설적이지만 14년에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14년에 쌓은 업과는 아무리 빨라도 15년은 되어야 맛볼 수 있는 종류의 것일터다.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돌이켜보니 인생이 참 한심하기 그지없다. 일은 열심히 했으되 얻은 것은 별로 없는 한 해였다. 항상 한 해를 돌이켜보면 좋은 기억보다는 아픈 기억이 많았지만, 올해는 아픈 것도 아니고 무엇도 아니고... 그저 뭔가 한심하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는 지 그렇고 생활하는 2014년 내내 그랬다. 후임들에게는 뭔가 따뜻한 선임이 되고 싶었는데 그것도 틀어졌다. 완벽한 한 사람 분의 일을 해내보려고 했는데 내게 몇 인분의 일이 넘어왔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보면 몇 인분의 일을 하고 있고, 어떻게 보면 한 사람 몫의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애매모호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기존에 항상 학교 생활을 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잇었던 삶에서 헤어나왔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가보다. 사람과 멀어지면 사람이 그립고, 사람에 파묻히면 혼자만의 시간이 그립다는건 역시 불변의 진리인 걸까. 여기에서 얻은 무언가가 올해의 원동력이 된다면 좋은 문제고, 아니라면 그건 또 그 때 생각해봐야할 문제이겠지만, 어쨌든 인간관계와의 싸움은 올해도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항상 익숙했던 것, 일상이었던 것과의 선을 긋고 나니 얻는건 생각보다 많았다.


 별거 아니고 작기로 소문난 우리 학교 캠퍼스에 꼬박 꼬박 놀러가서는 사진도 찍고 산책도 하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는가 하면, 운동권에 대한 생각도 이리저리 하다보니 내가 생각한만큼 나와 안맞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기도 했고(물론 그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 많다). 친했던 사람들을 다시 생각해보고 또 다시 만나보니 어, 이런 사람이었나 하는 어색함과 이질감에 빠져들기도 했고, 영 친하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다가가보고 싶은 생각을 키우기도 했다. 그러니까, 중요한건 그 적당한 거리다. 그 거리 조절에 실패하면 관계도 실패하는 거다.


 20대로서의 작년이 그런 의미였다고 한다면, 글쟁이로서의 14년은 그것보다 한층 더 나쁜 종류의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무언가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했지만 글과 멀어진 몇 개월 동안 글은 나에게 어색한 종류의 것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후반기에는 나름 열심히 글을 썼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개중에는 '포스팅'은 맞을 지언정 글이라고 부를만한 성질의 것이 얼마나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쓰고는 있지만, 글이 굉장히 거칠어졌다. 원래 글에 미리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나가는 타입이 아니라 뼈대와 살을 한 번에 올리는 스타일이기는 했지만, 글이 이렇게까지 투박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새 그렇게 됐다.


4.

 그래서 올해는 - 그래서 드디어 의미깊을 15년이 밝았(다고 하기엔 너무 늦었지만)다. 6월에는 내 생활이 한 번 완전히 뒤집힐 것이고, 또 다른 내 일상에 파묻혀야 할 터다. 그것도 나름 괜찮지 않나 싶은 생각도 막연히 들기는 한다만, 어쟀든 지금에 충실해야하겠지. 언젠가 한 번, 이런 느낌의 글을 쓴 기억이 나서 뒤져보니 2012년에 한 번 쓴 적이 있다. 힘들었던 재수를 마쳤을 때. 그렇게 힘들었던 재수가 끝나고, 그 때는 그렇게 긍정에 넘쳤었는데, 지금은 뭔가 그렇지가 않다. 이러한 어둡고 불안정한 시기의 시작은 2013년부터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벌써 2년이나 끌고 와버린 일이다. 이제는 청산해야될 문제고 털어내야할 문제다.


 올해는 많은 글을 쓰고 많은 것을 경험하자.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학교로 돌아가도 1학기고 학교에서 보내야할 학기가 장장 7학기나 남아있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려고 하고 있으니 그 모든 시간을 놀면서 보낼 수는 없는 일이고 아마 절대 그렇게 하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많은 시간의 시작이니만큼 좋은 한해가 되기를.


 이제 1월 1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새 해는 유난히 감흥이 없다. 어제도 금방 자면서 마지막 날을 보냈고, 점점 하루 하루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즐기며 사는 삶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삭막함 그 자체. 14년, 나는 너무 바쁘게 살려고 했고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 했다. 15년은 그런 삶에서 조금 더 멀어지자. 너무 바쁘게 살지도 말고, 너무 놀지도 말고,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5.

 어쨌든 새해니까 재충전해서 기분좋은 일들만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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