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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정치학

킹메이커

소민(素旼) 2014.04.17 22:40

 

도서관에서 사회과학 분야 서재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책. 아무래도 다큐를 기반으로 하는 책들은 대체로 방송할 수 있는 수준의 완성도를 갖추고 실제로 방송했던 내용이 담겨있는만큼, 믿고 고를 수 있는 종류의 책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뭐 그런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고른건 아니고..

 

킹메이커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왕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현대 정치에서 킹메이커라고 하면 그 나라의 정권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저도 그렇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선거는 누가 더 훌륭한 사람이고 누가 더 제대로 된 사람인가에 의해 결정되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선거가 그런 간단한 시스템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왜 선거 뒤에 '전(戰)'을 붙여 선거전이라는 말을 하는지도, 쉽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특히 관심이 갔던건 초장의 네거티브 선거전의 경우인데..

 

네거티브 선거전의 대표적인 승자로 조지 부시가 언급됩니다. 그러고보면 조지 부시는 아버지 부시나 그 아들 부시나, 여러모로 자꾸 언급이 될 수 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어쨌든 네거티브 선거전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건 이 책이 소개하는 실험 결과입니다. 네거티브 선거전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가지는 대중이, 정작 네거티브 선거전에는 굉장히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와 달리 상대방에 대한 비방 선거광고까지 진행되는 미국은 그러한 현상이 유난히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아들 부시에 대해서는 책의 본 내용인 <킹메이커>와는 상관없이 흥미로운 점도 있었는데, 바로 9.11 테러가 부시 정권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입니다. 9.11 테러를 조지 부시가 국력을 이라크 전쟁에 쏟아부어야만 했던 결정적인 이유이고 이걸 부시 정권의 불운이라고 평가하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반대로 이 책에서는 그 9.11 테러와 거기에서 촉발된 전쟁이 부시 정권의 가장 큰 행운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전쟁에 반대하면 매국노 취급을 받는 분위기 속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의 정책에 반대표를 던지지 못했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전쟁과 무관한 법안들까지 통과되었다면서 말이죠. 둘 모두 흥미로운 의견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조지 부시는 이라크 전쟁이라는 요소 때문에 다른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정권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게 불운인지 행운인지는 알 수 없는 법이죠. 이 책에서 조지 부시의 재선에 결정적인 요소로 네거티브 선거전이 언급되지만, 동시에 그 배경으로는 "전쟁 대통령"이 있지 않나 생각되거든요.

 

중도층에 대한 분석도 훌륭합니다. 중도층은 의견이 중도적인게 아니라, 진보와 보수를 오가는 사람일 뿐이라는 분석이요. 결국 평균을 내서 가운데에 있을 뿐이지, 그 사람이 '가운데에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럴만 합니다. 개인적으로 중도, 중도 진보, 중도 보수, 진보, 보수는 결국 그가 각 안건에 대해 가지는 생각이 어느 쪽에 기울어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컨대 다 진보적이지만 경제에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할 수 있고, 모두 보수적이지만 장애인 문제에 있어서는 진보적인 입장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서는 필연적으로 모순이 발생하겠지만, 결국 그 사람이 극도로 한 성향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그 '모순'을 이성적으로 얼마나 끼워맞출 수 있는가와 직결된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 이 책의 결론은 어차피 고정지지층은 절대 움직이지 않으니 중도층을 잡는 것이 선거에 있어서 가장 큰 관건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중도적인 입장이 아니라 오히려 진보나 보수 한 쪽에 확실하게 입장을 표명해야한다는 겁니다. 앞서 소개한 네거티브와 관련지어보면 결국 네거티브 선거전도 중도층을 움직이기 위한 시도가 됩니다.  A라는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사람이 그 반대에 있는 B라는 후보가 낸 네거티브 광고를 보고 "헐, A란 사람이 저런 사람이었어? 실망이야!"라는 반응을 보일 확률은 극도로 낮으니까요.

 

책은 굉장히 훌륭합니다.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을 정도로요(물론 제 주변에 그런 사람은 없지만..). 물론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이 정도쯤은 다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개인적으로 EBS 다큐프라임 자체가 준수한 수준의 다큐멘터리를 많이 뽑아낸다고 생각하고... 그걸 갈무리해서 낸 책이니 만큼 책 자체는 훌륭합니다. 다만 편집상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전문가의 말을 통해 내용을 구성해나가다보니 중복된 내용이 많고 이런 부분이 집중을 방해한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점은 어쩌면 다큐 양식, 다큐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이 책의 태생적인 한계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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