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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가 여행기를 꽤 좋아하는 편이라서 흥미롭게 읽었던 <김영하 여행자 도쿄>. 롤라이35라는 카메라로 담아낸 일본의 모습. 그리고 김영하의 글이 곁들여지는 여행기입니다. 일본. 도쿄. 그다지 낯설지 않은 도시. 실제로 해외 출국 경험이 4번 밖에 없는 저도, 일본은 2번이나 다녀왔고, 그 중 한번은 도쿄였죠.


김영하 작가님이 파악한 도쿄의 모습은 실제로 제가 느꼈던 도쿄와 비슷했습니다. 정밀하게 잘 짜여진 시스템, 아슬아슬한 간격으로 잘 조율된 도시. 어느 도시나 슬럼가가 있고 번화가가 있고 주거단지가 있는 법이지만, 도쿄라는 도시는 그러한 것들이 정말 '아슬아슬'하게 잘 짜여져있습니다. 다른 말로는 오차범위가 매우 좁게. 적당하게. 적당히 개인주의적으로,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말이죠. 쓸데없이 호화롭지는 않지만 고급스러워야할 곳에서는 고급스러운? 그런 느낌.


도쿄라는 도시는 흔히 우리가 느끼는 '일본제'의 느낌과 비슷합니다. 초고퀄리티 복제품. 아니, 나쁜 의도에서 그러는게 아니고. 초고퀄리티 벤치마킹? 뭐 그런 느낌입니다. 김영하 작가님이 책에서 주목하기 전에는 딱히 연결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실제로 지금 일본도 '탈아입구'의 모습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심장인 도쿄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것은 없습니다. 유럽풍, 서구풍에 대한 지향과 일본 전통 문화에 대한 애수? 향수? 그런게 적당히 섞여있습니다. 


덕분에 탈아입구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서구향의 도시가 되지는 않았죠. 그 결과물이 일본 특유의 고급스러움과 심플함의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펜으로 말하자면 펜텔, 자동차로 말하자면 도요타요. 하이엔드는 아니고 미디움하이 정도의 느낌. 나쁜 의미로든 좋은 의미로든, 일본은 그런 나라고 도쿄는 그런 도시라는게 제가 4일 정도 머무르면서 느낀 바입니다. 김영하 작가님이 찍은 사진, 쓴 글 속에서 묻어나는 일본도 뭐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딱 그런 느낌. 사실 그런게 매력적인게 또 일본입니다. 


솔직히 사진에 소견이 없어서인지, 김영하 작가님이 이 에세이에서 계속 말하고 있는, "초점이 안맞아도 좋은, 아니 안맞아서 좋은 롤라이 35의 사진"은 잘 모르겠습니다. 전 그래도 초점도 맞고 뭘 찍었는지는 알 수 있는, 그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쓰고 싶어요. 카메라에도 문외한, 사진에도 문외한이라서 이렇게 말하는 걸겁니다. 아마도요.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네요. 카메라를 들고 휘리릭 여행하러 가고 싶게 만들어지는 에세이에요. 방콕 때 만지고 찍었던 형수님의 DSLR은 매력이 차고 넘쳐서 문제일 정도였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제가 다루기에 저렇게 일 말의 도움도 주지 않는 롤라이35같은 카메라는 무리고... 그냥 손에 잘 잡히는 컴팩트 디카 하나 들고 휘릭 날아가도 별 상관은 없겠다는 느낌. 그런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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