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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읽어본 류의 책은 아니었다. 이어서 읽은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도 이런 책이었지만,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의 저자인 이병률 작가님이 쓰셨던 <끌림>을, 앞부분만이지만 잠깐 읽어봤던 적이 있다. 두 책은 쏙 빼닮은 여행에세이다. 여행에세이를 넘어서 보자면, 그러니까 이병률 작가님의 책을 소개할 때 달라붙어있던 단어를 빌려 산문집이라는 데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강세형 작가님의 책들도 느낌은 비슷하다. 이런 책들이 나에게주는 것(또는 느끼게 하는 것)은 조금의 허세와, 조금의 겉멋과, 조금의 번지르르함과, 조금의 오글거림과, 그리고 한없이 감상적이 될 수 있는 시간이다. 읽을 땐 오글거리는데 나도 모르게 그 안에 빠져드는 느낌이랄까.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의 책은 모두 다르다. 물론 그냥 산문집인 강세형 작가님의 책들과, 여행에세이인 이병률 작가님과 김동영 작가님의 책은 본질적으로 같을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2. 이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없는 갑갑함이 있었다. 묘한 답답함. 살짝은 기분나쁘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을, 그런 느낌. 알라딘에서 한줄평을 계속 넘기다, 그 갑갑함을 정말 짤막하게 표현한 글을 봤다.


'솔직하다.'


이 책은 정말로 솔직함으로 도배된 책이다. 민망할 정도로 솔직하다. 그리고 책 곳곳에서 드러나는 변명. 이런 식이다. 너무 피곤하고 말도 하기 싫어서 말을 못하는 장애인인척 했더니 넓은 방을 싸게 빌려주더라. 근데 어쩔 수 없는거지 뭐, 내가 피곤했었는데. 


아, 그랬다. 이병률 작가님의 산문집과 김동영 작가님의 산문집이 다른 부분은 거기에 있었다. 좋은 글, 거부감없는 글을 쓰는 이병률 작가님이라면, 김동영 작가님의 글은 하나같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하다. 그리고 아쉽지만 나처럼 '바른 것'에 익숙해져있는 사람은(인간성과는 무관하게) 읽으면서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그랬다. 내가 아는 비교할만한 사람이 없어서 자꾸 이병률 작가님과 비교하게 되서, 두 분 모두에게 실례지만, 오글거림과 솔직함 모두 김동영 작가님의 책이 압도적이다. 좋든 나쁘든간에.


3. 그래서, 그런 생각을 했다. 솔직함과 그 솔직함을 포장하는 것, 어느 것이 옳은 것일까, 하고. 그건 과연 가식인걸까? 사람의 본질에 대한 내용을, 철학 파트를 다루던 도덕 선생님께 들었던 기억이 난다.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이었던가. 어쨌든 거기에는 본질이 선하냐, 악하냐, 아무것도 아니냐, 하는 질문이 있었다. 그땐 하지 못했던 생각인데, 한참 뒤에, 정말 뜬금없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본질은 악할지도 모르지만, 그걸 포장하고 선하게, 선한 척이라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 역시, 사람의 본질인 것은 아닐까하고. 그게 교육의 효과라면, 그 교육을 만들어낸 것은 그런 인간의 본능이지 않을까 하고.


착한척 하며 살아가는 것은 정말로 가식일 뿐인 걸까, 아니면 그 나람의 가치를 가지는 것일까. 나는 아무래도 후자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다. 솔직한 이야기는 정말로 속시원하지만, 동시에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그 솔직함이 어디에 기인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옳다는걸 알면서도 그냥 내가 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라고 대답할 수 밖에. 하지만 가능한한 올바르게 사려고 하는 자세도 그런 데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서 저자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물론 책에서 그가 밝힌 내용의 부분부분은 내 상식의 선을 벗어나있기도 했다. 그리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솔직하게 변명하다. 그리고 나는 실망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살면서, 나는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실망까지는 하지 않더라도(그리고 물론 실망하더라도) 나보다 대범하구나, 싶었던 사람들. 좋게 표현하자면 융통성이랄까. 김두식 선생님이 말했던 것처럼 한없이 '계(戒)의 사람'인 나는 따라하고 싶어도 따라할 수 조차 없을 그런. 한 때는 부러워했고, 어쩌면 지금도 조금은 부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를 그런 성격.


4. 이 책의 배경은 미국이다. 책 부제, 230 Days of Diary in America. 230일이라는 긴 시간을 외국에서 보내면 어떨까. 김동영 작가님의 책의 또다른 하나는, 이 사람도 사람이구나라는걸 생각하게 해준다는 거다. 어떤 의미에서는 솔직함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여행이란 멋지고, 동시에 힘든 일이라는걸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는 그런 글들이다. 문득 내일로를 계획했던 나 자신이 떠올랐다. 


내일로가 한 번 가보고 싶었다. 5월 중에,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 일로 혼자서 정말 힘들어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자주 들은 말이 그럴 땐 여행 계획을 짜, 그리고 한달 정도 있다가 학기 끝나는대로 바로 떠나, 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준비해볼까했던 여행. 그러다 친구랑 같이 가기로 했고, 친구가 가기 어려워지면서 여행 자체가 붕 떠버려서 기회를 그대로 놓쳐버린 여행이었다. 


사실 8월은 여행의 달이 되는 줄로만 알았다. 8월 둘 째주부터 여행이 3개. 내 몸이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던 스케줄. 결과적으로 보면 그 중 하나, 가장 컸던 방콕 여행만 갔다온 셈이 되었다. 둘 모두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붕 떠서 사라진 여행들. 사실 내일로는 내 의지도 조금 있었을거다. 친구가 못갈 것 같다고 말해준건 한달 전이었고 한달이면 충분히 계획을 짜서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애초에 처음에는 나 혼자 가기로 했던 여행이었다. 그래서 떠나려고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타지에서, 겨우 7일이지만 타지에서 내가 직접 숙소와 먹을걸 모두 해결해야한다는게. 무서웠기 때문에 떠났다가 돌아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거라고 알고 있었는데도 결국 떠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렇게 훌렁 떠날 수 있었던 저자는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 230일, 말이 원활히 소통되지 않는 이국 땅. 모든게 나보다 훨씬 악조건이었을테니까.


5. 그거랑은 별개로 미국은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해외여행을 떠나본 경험은 딱 4번. 일본, 일본, 대만, 태국. 새삼 도쿄와 관서지역을 미리 돌고 와서, 방사능 때문에 일본을 못간다는 아쉬움이 남지 않는건 좋지만(ㅋㅋㅋㅋ 요즘 방사능 방사능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무섭다) 생각해보면 아시아, 그것도 동아시아를 쥐꼬리만큼도 벗어나본 적이 없는 여행이다. 돈은 많이 들겠지만 다음 여행은 유럽이나 미국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사실은 미국은 별로 가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고 유럽이 정말 가보고 싶었던 데다, 미국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뉴욕이나 둘러보면 족하지 싶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내가 생각한 미국과 진짜 미국은 조금 달랐다. 미국은 넓으니, 곳곳을 경험해보는 것도 재밌겠구나 싶은 생각. 그리고 동시에, 그렇게 넓어서 자기네 땅만 돌아도 평생 다 못볼 미국인들에 대한 아주 조그마한 부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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