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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형 작가의 첫 책,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는, 큰 형 생일 선물로 사줬다. 그리고 나서 나는 한참 뒤에,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봤던 기억이 난다. 그 책도 꽤 괜찮게 봤던 기억이 나는데, <나는 다만, ~> 보다는 훨씬 더 말랑말랑했다고 해야하나? 훨씬 읽기가 편했다. 글이 잘 특별히 더 잘 읽혔단 소리는 아니다. 글은 이 책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잘 읽히니까. 다만 읽는 데 부담이 없었다고 할까. 공감의 작가, 라고 출판사가 광고했던데, 그런 느낌이 뒤의 책에선 더욱 강해졌다. 우울한 의미로 말이지.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기분은 "나만 이런게 아니었어!"라는 공감과 너무 우울해.. 하는 기분의 공감. 확실히 묘한 우울감이 있다. 힘들었을 때 쓴 일기를 다시 보는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사실 조금 안타까웠던건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와 크게 다른 책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책의 강점은 어디까지나 강세형이라는 작가의 감수성과 글솜씨에 기대고 있을 뿐이다. 이런 류의 에세이는 끊임없는 자기복제의 위험이 있고, 그런 자기복제는 신선함이 제로가 되는 순간 완전히 잊혀진다. 평범한, 끊임없이 새로 발견할 수 있는 에세이가 아니라, 공감을 포인트로 하는 에세이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류의 책이 몇 권 있다. 대개 그런 책은 쓰는 사람이 쓴다. 대표적인 사람이 (조금은 다르지만) 이병률 작가의 여행산문집이다. <끌림>이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같은 책. 김동영 작가의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도 있다. 어쨌든 요즘은 이런 책이 좋다. 말랑말랑하고 잘 읽히고. 가끔 오글오글하고. 작가와 공감하고 또는 공감하지 못해서 묘한 기분을 느끼고. 그런 책이다. 


옛날에는 작가의 삶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에세이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 자기 인생을 이야기하는 책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책을 읽을 땐 작가의 말을 스킵했다. 서문이란 그냥 거슬릴 뿐이었다. 그러다 지금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긴 해도 <작가말봇(트위터 @Jakgamal_bot)>을 손대기 시작하면서 작가의 말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사실 그 봇은 작가의 말에 관심이 있어서 시작한게 아니라, 책이 좋아서 뭔가 손대볼만한 봇이 없을까 하다가 시작하게 된거다. 작가의 말, 작가 인터뷰, 작가 인생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그 뒤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작가를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 묘한 기분이 된다. 그리고 특히나 이렇게 뭔가 우울하거나 어두운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글이라면, 나도 같이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착 가라앉는 기분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부담이 된다. 새벽에 자주 읽었던 책인데 그래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뭐랄까. 한 장 한 장, 한 줄 한 줄이 소중했던 책이다. 에세이 중에 꼭 그런 책이 있다. 한 줄 한 줄 글들이 다 가슴을 파고든다고나 할까. 이것도 저것도 다 어딘가 끄적여두고 싶은 그런 글들. 이 책이 바로 그랬다. 같은 종류의 에세이라도 그렇지 않은 책이 참 많은데. 그러고보면 가스파드 작가님의 <선천적 얼간이들>과 살짝 비슷한 점이 있다. 평범한 이야기, 평상시에는 그닥 의식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어디까지나 작가의 역량으로 살려낸다는 점. 위에서 조금 부정적으로 이야기했지만, 그래서 나는 강세형 작가님이 이런 책을 계속 쓰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소설을 쓰고 있으신 것 같으니 소설도 빨리 한 번 만나보고 싶기는 하다. 과연 이런 작가의 손에선 어떤 소설이 나올까하는 기분. 뭐랄까, 대개 에세이와 소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으니까. 소설가, 에세이스트, 그리고 실제로 만난 작가. 이 '세 명'은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걸 종종 느끼곤 한다. 한없이 우울한 소설을 쓰면서도, 한없이 유쾌한 에세이를 쓰면서, 실제로 만나보니 굉장히 특이한 사람이더라. 그런 종류의 이야기는 많다. 대개는 훌륭한 소설을 쓰는 사람을 만나보니 사람은 영 아니더라하는 이야기가 많지만. 


한 편으로는 글쓰는 사람의 기분을 자꾸 써내려갔는데, 아마도 소설을 쓰는 입장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그 전까지만 해도 어디까지나 라디오 작가라는 신분으로, 본인이 글을 쓴다는 의식이 지금만큼 강하지는 않았던게 아닐까. 덕분에 나도 공감을 많이 했다. 나는 라디오 작가보다도 글과 무관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지만. 생각해보면 그런 사람이다.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그리고 될 역량도 없지만) 글로 노는 사람은 되고 싶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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