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또아리 - 가로등의 유령


이미지는 딱히 사진 찍은게 없어서 프로그램북으로 대체 ㅋㅋㅋ 친구가 중대 신방 연극학회인 또아리에 속해있어서 저번 <청바지를 입은 파우스트> 때부터 열심히 가서 보고 있는데, 보통 갈 때는 친구 만나러 가는 기분으로 갔다가 고퀄의 연극에 감동하고 칭찬하면서 술먹는 패턴의 반복이 되는 것 같다 ㅋㅋㅋ <청바지를 입은 파우스트>랑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작품이어서 조금은 놀라기도 했다. 여러가지로 생각할 거리도 많았지만 어제 그 친구랑 술먹고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이 안되서 조금은 접어둬야할 것 같다.


이번 극은 자작극이었다고 하는데.. 대학 공연팀의 무대는 또아리만, 그것도 2번 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또아리의 수준이 대학 공연팀 사이에서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엔 심지어 모두 신입생으로 구성된 출연진이었다고 하는데 저번에도 이번에도 계속해서 기대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것 같다. 되게 멋있음. 확실히 연행분과 동아리나 학회가 이렇게 하나 딱 찝어두고 쭉 준비하는 그런 재미는 있을 것 같다..는 동아리에서 홈커밍데이 무대 준비할 때 했던 고생보다 수십배는 더 할테니 나는 아마 못하겠지 ㅋㅋㅋ


설정 자체도 재밌었지만 어쨌든 주인공이었던 지현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불쌍했다. 되게 진부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정도로 흔한 설정의 캐릭터인데(순수한 사랑을 믿는?), 나중에 가면 복수심을 불태우거나 하는 모습은 결국 인간은(물론 그 상태에서는 유령이지만) 인간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극 초반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는 사실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는데도 사랑한다고 말해야만 했던 남자의 힘들었음이 더 걱정이라고 말하던 지현은 결국 마지막에 가서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와 그 남자가 사랑했던(바람의 대상이었던) 여자(민서)에 대한 분노와 원망을 표출해낸다.


이것은 단순히 작가의 실수인 것일까. 물론 작가의 실수일 수도 있고,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런 본연의 의도와 무관하게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느낀 건, 결국 그게 사람이라는 거다. 아무리 감성적이고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배신의 상처는 덮고 넘어가기 어렵다는 것. 뭐 결국 어쩔 수 없는 문제 아니겠나? 


그건 그거고 결국 마지막까지 지현은 성불하지 못하고 지박령의 운명만을 끝내고 자유롭게 떠날 수 있게 되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지현을 이승에 잡아놨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남자가 행복하게 사는 것을 보는 것, 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동화 속의 착한 캐릭터를 기대하는 것일까?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지현은 자신의 입장을 인정하고, 민서에게 그 남자를 양보하지 않았던가.. 하는 작은 기대.


아, 말랑말랑하면서도 뭔가 파고드는듯한 기분의 훌륭한 작품이었다. 유쾌하기도 했고! 깨알같은 조연들은 정말 굿굿. 근데 보면서 느낀건 나란 사람이 얼마나 못됐는가였다 ㅋㅋㅋㅋ 조연유령(?)들이 도와준다고 했을 때 음.. 저러고 뭔가 받아내는거 아닐까 혹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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