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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씨의 문장집. 이자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잔뜩 담은, 일종의 수필집.. 같은 느낌. 사실 유시민 씨가 썼던 <청춘의 독서> 이전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의 독서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못했기에, 아마 <청춘의 독서>를 접하지 못했더라면 아직까지도 읽지 않고 있을, 뭐 그런 책. 사실 직접적으로 읽게 된 계기는 선생님께 "살만한 책 있나요?" 라고 여쭤봤을 때 받았던 목록에 들어있었던 것.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문장집'으로서는 조금 묘했지만(아무래도 문맥을 모르는데다, 뒤의 작가가 쓴 이야기와는 연계가 안되다보니 조금 곤란했다), 한 편 한 편의 수필과도 같았던 짧은 덧붙임들, 그리고 마지막 후기 격인 <날마다 읽고 쓴다는 것>은 정말 좋았다고나 할까. 사실, 중간에 그만둘까 싶기도 했지만, 후기를 꼭 읽어보고 싶었기에 계속 읽은 책이기도.

딱히 내가 인용한 부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생에 있어서 진리와도 같은 글귀들이, 전혀 기대치 못했던 문맥에서 하나 둘 툭툭 튀어나온다. 내가 원체 김연수라는 작가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그리고 아무리 잘 알아도 한 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책 한 권으로 내가 자신있기 "김연수란 이런 사람이구나!"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이 아닐까하는 상상을 가능케하기도 했다. 몇 구절 인용해보자면,

그러지 말고, 가능하면 편애하려고 노력합시다. 모든 걸 미적지근하게 좋아하느니 차라리 편애하고, 차라리 편애하는 것들을 하나 둘 늘려가도록 합시다. 편애한다는 건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를 무조건 지지하는 일이에요. 다들 콩꺼풀을 준비하세요.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을 싫어합시다. 우리가 이 세상의 판관도 아닌데, 공연히 공정해지려고 반대로 행하지 맙시다.
 -P.37
그 다음에 다들 아는 진리를 깨달았어요.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걸. 오히려 쉽다고 생각해서 더 고생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그런 기대일랑은 깨끗하게 접었습니다. 편해보이는 길과 힘들어 보이는 길이 있으면 무조건 힘들어보이는 길을 택했습니다. 뭐, 고민할게 없어서 좋더군요. 그 뒤로 지금까지는 별 불만이 없어요.
-P.94
그렇게 첫 시도에서 저는 달리기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외롭고 또 야속하더군요. 저 하나 완주하는 걸 막으려고 온 우주가 동원되다니요. 그 다음 몇 달간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완주할 수 있을까? 그 다음 대회에서 저는 그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저는 완주했으니까. 뭔가가 우리를 막아설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그걸 뚫고 지나가는 일입니다. 계속 달리세요, 끝까지. 멈추지 말고, 계속 움직이세요.
-P.109 
"책을 쓸 때 마지막 장면을 이미 알고 있다면 쓸 마음이 나겠는가? 글쓰기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다. 그렇다면 인생도 마찬가지다." 이런 말을 한 사람은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입니다. 위안을 삼을 수 있는건 이런겁니다. 작가들의 식탁 다리를 괴고 있는 작품들 중에 위대한 작품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거나 말거나 작가들은 모두 위대한 작품을 썼습니다. 그렇다면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보지 않은 삶이 아니라, 결국 우리가 사는 삶이 위대해질 거에요. 그냥 그렇게 믿어버리세요.
-P.142 
그러므로 쓰라. 재능으로 쓰지 말고, 재능이 생길 때까지 쓰라. 작가로서 쓰지 말고, 작가가 되기 위해서 쓰라. 비난하고 좌절하기 위해서 쓰지 말고, 기뻐하고 만족하기 위해서 쓰라. 고통없이, 중단 없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세계 안에서, 그리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날마다 쓰라.
-P.222 

마지막, 그러므로 쓰라~ 하는 부분이, 바로 내가 가장 기대했던,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했던 '후기'다. 굳이 글쓰기는 목적을 가지지 않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활동이다.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쓸모없이 긴 글을, 많아봐야 10명이나 읽을까 말까한 글들을 써내는 이유도, 사실 어떤 목적을 가진 것 보다도 재미있어서, 글쓰는게 좋아서라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만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날마다 쓰라는 작가의 말은 충분히 맞는 소리다. 글쓰기는 사람을 좋은 방향으로 유도한다. 그게 암울한 글이 아니라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글로 옮기는 것, 당장에 그 글을 찢어버리더라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다. 기록이라는 의미가 아닌, 글을 쓴다라는 행동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므로.

목표가 논술이든, 단순한 교육이든 간에, 1인당 하나의 블로그(또는 그와 유사한 매체, 종이를 통한 일기라도 좋다)를 만들고 글을 쓰게 하는 것이 훌륭한 교육이 될 수 있다는 내 믿음도, 바로 그러한 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조금 더 목적론적으로 접근하자면, 100의 업적을 해내고 그걸 끌어안고 죽는 사람보다, 50의 업적을 하고 그걸 글로 표현해낸 사람이, 더 위대한 사람이라고 믿으므로. 혼자의 업적을 끌어안고 죽는 것은, 개인의 업적이지, 사회에 공헌한 업적이 아니므로.

그러므로, 여러분도 열심히 글을 쓰시길. 어떤 글이든, 짧은 글이라도 좋지만, 나 역시 열심히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트위터의 140자는 적절한 수단은 아니다. 지나치게 짧고, 건조하고, 압축되어버린 글들은, 인생을 이끌어나가는 글이 되기 어렵다. 애초에 트위터는 흐르고 버려지는걸 목표로 하는, 그런 단문의 미학이므로. 단문의 미학도 아름답지만, 못해도 3단락 정도는 되는 글을, 매일같이 쓰는 것이 좋겠다. 나 역시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일이지만.

#2011년 12월 5일 완독, 수능 후 4번째 책.
 첫 번째, <확신의 함정>.
 두 번째, <세계의 끝 여자친구>.
 세 번째, <7번국도 Revisited>.
 네 번째, <우리가 보낸 순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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