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 리즈 콜먼: 인문학 교육의 혁신을 촉구하다



지나친 세분화의 결과, 현대의 인문학 교육

리즈 콜먼 베닝턴 대학 학장이 말하는 현재 미국의 인문학 교육과 인문학 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 그리고 그 것을 위해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베닝턴 대학의 이야기. 무려 자막에 ㄹㄹ로 처리된 부분이 있는데, 오류가 난건지 번역을 일부러 안하신건지 뭔지 알 수는 없지만(;;) 조금 당황했다. 그래도 18분짜리 밀도 있는 좋은 강의. 우리나라에 베닝턴 대학이 얼마나 잘 알려져있는지는 모르겠는데(하나 확실한건 나는 모른다는 거 정도..) 저런 사람이 학장을 맡고, 말대로의 개혁을 해나간다면, 인문학 분야에서만큼은 베닝턴 대학을 따라갈 수 있는 대학이 몇 이나 있겠느냐 싶을 정도였다.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의 인문학 교육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후발주자인 우리가 밟게 될 루트. 아니, 적어도 저 현상만큼은 우리나라에서도 미국과 동일한 속도 아니면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현대 인문학 교육의 문제점은, 간단히 말해서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스페셜리스트를 키우는데 촛점이 맞춰져있다는 것. 사실 산업사회가 들어서고 '만능'의 제너럴리스트보다는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을 잘하면 되는 스페셜리스트를 키워온게 사실. 우리나라도 그랬다. 넓은 지식보단 깊은 지식을 요구하는 것, 그것이 현대 산업 사회의 모습이었다. 동시에 대학은 그러한 트렌드에 맞춰 지나치게 분과에 분과를 계속해왔고, 그러한 과정에서 인문학은 지나치게 세분화되었다.

그런 현대 인문학 교육에 대해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문가 개념이 교육받은 종합지식인의 차리를 찬탈했다"라고.
우리는 인문학을 너무나도 전문화시켜 더 이상 본래처럼 폭넓은 적용범위와 시민 사회 참여의 확장된 능력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지난 100년 사이 ‘전문가’ 개념이 ‘교육받은 종합지식인’의 자리를 찬탈하고 지적 성취의 유일한 모델이 됐습니다. 전문화도 물론 빛을 발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전문가 모델만이 지배하게 된 것의 대가는 엄청납니다. 주제들은 점점 더 작은 조각들로 분해되고 기술적이고 난해한 것에 보다 큰 초점이 맞춰집니다.
──리즈 콜먼
그녀의 말에는 일리가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스페셜리스트, 즉 전문가가 요구된다. 현대 사회에서는 철저한 분업화의 결과, 제너럴리스트('교육받은 종합지식인')가 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역량을 써먹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고, 자신의 역량 중 가장 우수한 하나만을 수행하면서 스페셜리스트보다 뒤떨어진 인재로 평가된다.

즉 스페셜리스트'김'이 A는 99, B는 20, C는 20, 제너럴리스트인 '이'가 A는 80, B는 70, C는 60이라고 한다면, 총합에서는 '이'가 훨씬 앞서지만, 결국 그가 A, B, C라는 역량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곳은 존재하지 않고, '김'과 함께 A라는 분야에서 경쟁해야하고, 결국 굉장히 유능한 인재이지만 '이'는 덜떨어진 인재로 평가되게 되는 셈이다.

물론 그런 교육을 행해온 주체는 자신이 속해있기도 한 대학임을 그녀는 인정하고, 대학을 이렇게 평가한다.
오늘날 대학생의 학업은 하나 빼고 모든 관심사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그 하나 안에서도 지속적으로 폭을 좁힙니다. 보다 적은 것에 대해 보다 많이 배우죠.
──리즈 콜먼
대학은 개인이 부를 축적하는데 가장 영향력이 큰 요인 중 하나지만 우리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가꾸는 책임 면에서는 순위권에 들지도 못합니다. 우리는 불장난을 하고 있습니다.
──리즈 콜먼
그리고 사실 그녀의 평가는 현실에서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대학은 경영학, 경제학같은 단순한 분야까지 마구 쪼개어 분과시키고 있다. 결국 대학생은 하나를 빼고 모든 관심사를 포기해야하는 처지에 놓인다. 그 대안으로서 제시되는 것이 일명 '융합전공',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큰 효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자유전공학부' 등 이다(현실에선 효과는 거의 0%에 가깝다). 리즈 콜먼은 그런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베닝턴 대학의 새로운 시스템을 소개한다.

반드시 베닝턴 대학의 커리큘럼을 따라가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지금까지 나도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었지만) 지나치게 분과되어있는 대학들의 커리큘럼은 좋은 커리큘럼이라고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현대는 점점 스페셜이 아닌 제너럴을 원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에 의해 너무 많은 것이 훼손되었고, 그들이 결과적으로 이뤄냈어야할 것들도 상당수가 이뤄지지 못했다. 현대 사회는 지나치게 세분화되면서 전문가 자체에 대한 수요만큼이나 필요한 '전문가'의 수 역시도 막대하게 늘어났다. 그들은 많은 부분에서 서로 중복되는 기능을 하지만, 타인의 전문범위를 침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전문화가 지나치게 진행되면서 결국 전문화의 한계는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고, 그 모두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다. 과연 현대 대학은 어떤 커리큘럼을 만들고 어떤 태도를 취해야할 것인가?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이미지 맵

    리뷰/Lecture Or Plays 다른 글

    댓글 14

      •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 아직까지도 세상은 스페셜한 사람을 원하고 있지만 확실히 바뀌어 가는 추세이기도 하고.. 미래에는 1직업 시대가아닌 다직업시대라고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있습니다.(?)
        저는 전문계고를 다니고있지만, 한국의 인문계 학생들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공부를 더 많이하기때문에 라는것은 아닙니다. 저역시도 전문계고 이지만 인문계학생들 못지않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지만 저는 그 시간이 절대 아깝거나 헛되지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문계학생들은 대부분 자율학습시간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거희 강제적으로 말이죠. 그중에 정말로 공부와 맞는 학생들이 몇이나 될까 그런생각을 해봤습니다.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人이 아닌 忍을 가지고견뎌야만하는 사람이 됐을까요?

      • 결국 사회는 점점 제너럴하게 스페셜한 인재를 원하게 된다는게 문제(...)

      • 하지만 만능이 아닌 전문가가 더 대우받지 못하는 세상...
        저도 반쯤은 인문학을 배우고 졸업했습니다만 먹고 살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고 학위 따는거 외에 큰 의미를 두기도 참 어렵죠. 그나마 저는 역사학이었고 교수님들이 마인드가 좋아서 나름 많이 배우고 즐겁게 공부했지만 그때 뿐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술자리에서 전공이 역사라고 하면 오~ 역사? 재밌는 얘기들을 나누다가 끝입니다. 이래서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요 ㅋㅋ

      • 씁쓸한 한국의 현실이죠. 으엉 ㅠㅠㅠㅠ

      • 최근 들어근대 이후 학문의 분과 현상에 대해서 반성이 많이 나오고 있긴 하죠 ㅋ
        다른 인문학의 메타 학문의 위치를 차지하던 철학이 분과학문으로 전락(?)하면서
        각 학문 자체의 전문성은 높아졌지만, 전반적인 통찰이 점점 부족하지 않나라는 말에는 동의합니다.

        뭐 우리나에서는 분화된 인문학 전문가 자체의 가치조차 그닥 인정해 주지 않는게 더 문제지만요 ㅠㅠ
        이공계의 위기론이 나왔을 때, 인문학은 이미 고사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까요.

      • 오오오 펭귄님 오랜만이셔요. ㅋㅋㅋ
        인문학은 이미 고사라니..ㅠㅠ 뭔가 조금은 깨닫고 있던 사실이지만 더욱 더 씁쓸하네요. 근데 리즈 콜먼이 제안하는 방식은 한국에는 좀 안맞는 것 같기도 하고..

    *

    *

    이전 글

    다음 글

    티스토리 툴바